1시 36분. 비봉 입구 갈라지는 길에서 2분 정도를 돌아서 걸어가면 거대한 암벽이 가로막는다. 아니 가로막는 게 아니라 이게 등산로이고, 비봉의 시작이다.
추락위험지역 출입제한 표지판과 함께 흐릿한 관광지 안내 표지판이 있다. 안내 표지판을 옮겨보면...
북한산 신라 진흥왕순수비. (국보 제3호 복제품)
이 비는 신라 진흥왕이 새로이 확보한 영토의 국경을 직접 둘러본 사실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운 것이다. 이러한 비를 순수비(巡狩碑)라 부르는데 진흥왕 순수비가 세워진 곳은 현재 경상남도 창념, 함경남도 이원의 미운령과 길주의 황초령 그리고 경기도 북한산 비봉 등 4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비봉은 글자가 마멸되어 전체 내용을 알 수 없으나 진흥왕의 영토확장과 지역순시를 칭송한 것으로 추정되며 여기에 나오는 인명, 지명, 관직명 등은 당시의 역사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원래 이 비는 오랜 세월이 흘러 세상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글자도 읽기 힘들게 되어 주선시대에 무학대사가 조선왕조의 도읍지를 찾아다닐때 이 비봉에 올라와 보니 "무학이 잘못 찾아 여기에 왔다"라ㅣ고 쓰여 있어 급히 내려갔다는 전설이 전해져 진흥왕순수비라는 사실 자체를 모르게 되고 무학대사비로 잘못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1816년, 당대의 금석학자인 추사 김정희는 이 비를 직접 찾아보고 비문을 탁본하여 연구한 결과 모두 68자를 읽어냈고 바로 이 비가 진흥왕순수비임을 밝혔다. 이듬해 김정희는 다시 이 비를 찾아와 비석 옆면에 자신이 이 비를 찾은 날짜와 이 비가 바로 신라 진흥왕순수비임을 확인하였다는 사실을 새겨놓았다.
이 비의 건립연대는 진흥왕 29년(568)에 세워진 마운령, 황초령비와 비슷한 시기로 추정된다. 원래 비석 윗부분에는 덮개돌이 씌워져 있었으나 지금은 혼자만 남아 있다. 원래의 비석은 풍화가 심하여 1972년 이곳으로부터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전하여 전시, 보존되어 오고 있으며 2006년 10월에는 원래의 자리에 현재의 복제비석을 세워 역사적 현장을 보존해오고 있다.
허걱. 저 붉은 색 옷을 입은 사람이 내 모습이다. 다행히 등산화를 신고 바위가 미끄럽지 않았지만 정말 거의 생명 걸고 비봉을 올랐다. 나 혼자 였으면 절대로 올라가지 못했을 비봉이다. 일행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앞에 가길래 나도 아무 생각없이 따라 갈 수밖에 없었다.
아 정말 지금 다시 생각해도 오금저리는 순간이다. 막상 현장에 가면 다 지나가게 되어 있지만 40대 접어들면서 약간의 고소공포증도 생기는 내 입장에서는 정말 비봉 정상을 바로 앞두고 수십번 포기할 뻔 했다. 저 길로 다시 내려갔는데 정말 한참을 망설이다가 아줌마 등산객들 뒤를 졸졸 따라 내려갔다.
비봉 코끼리 바위. 일행 중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저렇게 포즈를 취했는데 나는 차마 가지 못했다. 비봉에 올라온 것만 해도 다행이었던 상황이었다.
비봉 꼭대기에는 앞서 소개한 진흥왕 순수비가 있다. 그 비석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
북한산 비봉에서 바라본 서울 은평구 방향 풍경. 이곳에서서도 상암 월드컵경기장과 오른쪽으로는 방화대교, 행주산성까지도 보였다. 사진 가운데 보이는 암릉이 족두리봉이다.
비봉 진흥왕 순수비와 함께 인증샷. 저 위도 후덜덜했다. 복제본이라고 하더라도 저 비석을 좀 살펴볼 만한데 나는 그럴 엄두도 안했다. 내게는 그냥 붙잡는 안전 손잡이 역할만 했을 뿐.
사진 찍을 때는 진흥왕 순수비와 함께 나란히 설만도 한데 후덜덜한 상태라 다리를 쩍 벌리고 저렇게 서 있다.
비봉 등산을 함께한 일행과 함께 인증샷. 이 순간에도 나는 비석을 꼭 잡고 있다.
1시 55분. 인증샷까지 찍고 오늘의 등산 목적은 모두 달성했다. 산을 오르는 것은 힘들어해도 내려가는 것은 별 무리 없이 갔지만 산을 내려가기 전 위의 내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비봉 암릉 내려가는 게 올라오는 것보다 더 후덜덜했기 때문이다.
1시 56분. 하지만 어쩌랴. 내려갈 수밖에 없다. 역시 일행들 먼저 내려보내고 뒤따라서 다리 후들거리면서 내려간다.
암릉 바위 내려가는 폼이 정말 스타일 구기긴 하지만 그나마 양호한 모습의 사진이다. 살려고 무지 애쓰면서 비봉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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