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야기1999. 9. 4. 16:09

홍세화와 임수경

 

KBS <수요기획- 망명자 홍세화, 20년만의 귀국> (9월 1일 밤12:00)

MBC <MBC 스페셜- 임수경 방북사건> (9월 3일 밤11:15)

 

  우리 사회는 과연 열린 사회인가.

  이 사회의 공공매체인 방송은 그를 판단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척도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우리의 방송은 금기시 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특히 그것이 통일이나 북한, 사상적 논쟁과 관련되어 비판적, 진보적 시각을 비친다면 소재화 자체가 힘들 정도였다. 소재화 자체가 힘든 상황에서 진실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그저 권력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우리 방송이 보여주는 한계였던 것이다.


  하지만 가끔 변화의 가능성을 느낄만한 구석을 발견한다.

  드디어 TV에서 '망명자' 홍세화와 '통일의 꽃' 임수경을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 두 사람에게 '남민전 빨갱이'와 '북한의 지령에 놀아난 불순 좌경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여놓았던 방송이 새로운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물론 KBS <수요기획- 망명자 홍세화, 20년만의 귀국>(9월 1일 밤12:00)가 역사적 사건인 '남민전 사건'이나 70년대 민주화시대 피해자들의 복권의 정당성을 규명해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홍세화씨가 "'최후의 망명객'이란 수식어는 거짓말입니다. 상품화라는 걸 잘 압니다."라며 소위 '시국관련 해외체류자'가 아직도 200여명에 이르고 있다고 전해주는 것은 아직도 수많은 망명자를 만들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암시해준다.


  MBC <MBC 스페셜- 임수경 방북사건>(9월 3일 밤11:15)도 현재 우리 통일운동 세력이나 학생운동에 대한 정부의 탄압에 대해서 비판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임수경씨의 방북이 남북한 모두에게 얼마나 큰 충격과 파급효과를 미쳤으며 그동안 정부 독점으로 이뤄지던 통일문제를 민간차원으로 확대시킨 계기가 되었다고 짚어준다. 그 진실의 확인은 방송에서도 임수경에게 '통일의 꽃'이라는 호칭을 부여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진실을 알고 싶다. 권력과 자본에 의해 가려지고 덮어지는 거짓을 원하지 않는다. 거짓으로 채워진 것들은 언제가 진실이 밝혀질 것이고 우리는 단지 지나간 시간을 아까워하는 작업만 되풀이할 뿐이다. 가리고 덮어두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진실을 규명해낼 수 있다.


  방송은 이 사회의 많은 가치를 자유롭게 논하고 평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시청자는 그 속에서 진실을 규명해낼 힘을 가지고 있다.

  방송이 홍세화와 임수경의 진실을 말하기까지는 20년과 1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너무나도 소모적인 시간이었다.

  20년과 10년후에 우리의 방송이 지금의 현실을 말하면서 '그때가 거짓이었다'고 '이제 새로운 진실을 밝히겠노라'는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게끔 현실의 진실을 제대로 평가했으면 좋겠다.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