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야기1999. 8. 20. 16:06

자기비판의 한계 절실히 드러나는 옴부즈맨프로그램

 

 새 정부 출범후 '방송개혁'이라는 화두속에서 방송 3사의 잇따른 개혁 약속과 '프로그램 공익성 강화' 선언이 있었다. 그 가운데 최근 국회의 법안 통과와 관련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새 통합방송법에 시청자 평가 프로그램을 60분으로 편성할 것을 의무화하고 시청자위원회가 선임한 시청자 평가원이 출연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한 데 따른 발빠른 조처로 옴부즈맨(시청자 평가)프로그램 확대·강화가 눈에 띄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방송사측이 방송에서 시청자의 주체성을 인식하지 않는 현실은 옴부즈맨프로그램이 진정 수용자들의 의사를 제대로 얼마나 전달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게 만들고 있다.


  옴부즈맨프로그램의 가장 큰 문제점이랄 수 있는 것은 정작 중요한 쟁점사안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의 질적, 양적 비율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안에는 좋은 평가와 나쁜 평가가 어울릴 수 있지만 특히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분명히 잘잘못을 가려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단순히 이런저런 평가가 있다고 소개해주는 것은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데 별 의미가 없는 자기비판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하철 파업보도의 왜곡 논란과 미스코리아 중계방송 관련 논란이었다. 먼저 지하철 파업보도의 경우는 많은 사람들이 그 왜곡성을 비판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 당시에는 아무 소식도 전해주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문화방송(MBC)의 경우 논란이 줄어든 다음인 한 달이 지나서야 자사 방송국의 보도국이 주최하여 지하철 파업 보도와 관련한 토론회를 주최하였다고 전해주기도 하였다. 물론 그 방송에서도 왜곡성의 비판이 된 내용은 소개해주지 않고 토론회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만 전해주었다. 또한 그 토론회 역시 중간자적 입장에서 있다고 하는 시청자 단체의 대표로 지하철 파업 보도의 문제에 대해서 보고서를 내며 비판한 단체들은 외면했다. 이는 옴부즈맨프로그램이 자기 비판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보여진다. 옴부즈맨의 핵심인 공정성과 관련한 논의를 외면한 것은 옴부즈맨프로그램에 대해 제도적으로 시청자단체의 개입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 미스코리아 대회 중계방송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비판적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방송시에는 긍정적 의견과 부정적 의견이 논란을 빚고 있다면서 질적, 양적 비율을 왜곡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 특히 문제시되고 있는 사안으로 자사 프로그램의 홍보수단으로 이용에 대한 것도 지적할 수 있다. 공영성 논란이 시들면서 모든 방송사들이 이제 대놓고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하다. 옴부즈맨의 주요 기능인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보다는 이른바 잘나가는 프로그램의 선전, 개편 선전 등을 하는 데 열중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고정적으로 시청자가 참여해서 프로그램을 비평하던 코너(KBS의 『방송지킴이』, MBC의 『집중토론』)들을 없애버리거나 전문가가 전담케 해버리는 등 보다 자아성찰적인 목소를 듣는 데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방송편의주의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기본적으로 각 방송사의 옴부즈맨프로그램 편성시간에서 그 근본적인 문제점이 다름아닌 방송사들의 자기비판에 대한 인식부족에 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방송 3사는 '시청자 의견을 듣습니다'(KBS1TV / 토, 오후5시15분, 45분방영), 'TV속의 TV'(MBC / 토, 낮12시10분, 40분방영),  '열린 TV 시청자 세상'(SBS / 토 오전9시, 50분방영)를 각각 옴부즈맨 프로그램으로 방송하고 있다. 보다 자기비판에 대한 혁신적인 사고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방송사의 인식변화 못지 않게 시청자의 의식변화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통한 적극적인 주권회복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갑작스런 미디어 매체의 등장과 급속도로 변화하는 환경에 제대로 된 미디어 교육 즉, 의식 있는 시청자로서의 자세가 갖춰질 시간이 부족했다. 매체의 비평과 프로그램을 보는 머리보다는 단순히 쳐다보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 시청자 단체의 적극적인 개입이 수행해야 한다. 자기 비판적인 옴부즈맨프로그램에 '자기 비판'의 역할만 부여하는 것이 아닌 시청자로써의 권리를 행사하여 비판의 공간을 요구해내야 하는 실천적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위의 문제와 연결되는 것이지만 시청자가 주체가 되는 프로그램의 엑세스권의 보장이 시청자가 방송의 주체가 되고, 거대 권력을 행사하는 방송/언론의 비판자 역할을 수행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