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야기1999. 8. 27. 16:07

구조적 문제에 대한 변화의 요구 

서울방송(SBS) <그것이 알고 싶다-"자식의 생명, 부모의 것인가?">를 보고나서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이 흥미위주의 선정적 소재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에 그 신뢰성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화면과 내용들이 시청률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방향점을 제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8월 21일(토) 방송된 서울방송(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자식의 생명, 부모의 것인가?">는 부모의 잘못된 믿음으로 고통받은 김신애(9)양의 얘기를 통해서 강제력 없는 선언에 불과한 아동복지법과 아동의 치료나 생존권에서 무엇보다도 부모의 친권이 우선시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비판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부모가 종교와 신앙의 힘만으로 딸의 병(소아암의 일종인 윌름 종양)을 고칠 수 있다며 치료를 거부, 종양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며 뼈만 앙상하게 남아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는 신애가 방송에서 "아빠 미워, 참는 데까지 참았는데 이젠 견딜 수가 없어요. 너무 고통스러워요"라고 울부짖으며 부모를 원망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안타까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신애 아버지의 "(신앙의 힘을 믿고) 고통받으면서 지내라"는 식의 반응을 보면서 분개했다.


  만약 이 날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이런 신애의 사연을 소개해주는 데서만 그쳤다면 그 역시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화면을 통해서 '현실고발'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날 방송은 우리 사회의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안이한 인식에 대한 비판 못지 않게 아동의 치료나 생존권에서도 부모의 친권이 우선시 되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까지 이어졌다. 이는 곧 여론형성으로 이어져서 방송후 각 PC통신에 올라온 수천 건의 글들은 특별생방송 <신애를 살립시다>를 마련하게 만들었고 빗나간 신앙과 아동학대 문제에 있어 잘못된 법제도에 대한 토론을 이끌어내었다. 하지만 이 날 방송이 제시한 또하나의 문제의식인 '빗나간 신앙의 문제'에 대해서는 구조적인 접근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방송 특히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사회적 기능이 현실비판을 넘어서 꼭 대안까지 제시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사회적 병리현상이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문제에 원인이 있다면 그것까지 고민해서 변화를 요구해내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 날 <그것이 알고 싶다-"자식의 생명, 부모의 것인가?">와 그 후 PC통신에 올라온 수천건의 글들이 이끌어내는 여론형성의 힘은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접근을 통해서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