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야기1999. 7. 12. 16:04

MBC <긴급토론 통합방송법 무엇이 문제인가> 방청기...

 

7월 9일(금) 밤 11시 25분~00시 40분..

문화방송 <긴급토론> "통합방송법 무엇이 문제인가" 방청기..

 

요즘 통합방송법이 관심거리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방송노조원들이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 관심거리다. 오는 13일부터 방송현업인들이 파업을 한단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서야 그들이 파업을 왜 한다고 그럴까 쳐다본다.

지난 7월 9일(금) 밤 11시 25분부터 문화방송(MBC)에서 방영했던 <긴급토론> "통합방송법 무엇이 문제인가"에서는 그 원인이 되었던 통합방송법과 관련한 문제를 논의하였다. 방송노조원들이 파업을 예고한 것은 최근 정부,여당이 상정하여 통과시키려고 있는 통합방송법의 일부 주요 조항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론은 대강 여기서 접어두고...

 

현재 편입까지 해가면서 신문방송학과에 다니고 있고 자칭 우리 언론의 문제에 대해서 적잖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는 마침 기회가 되어 이곳 <긴급토론>장의 방청객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방청후 나는 문화방송(MBC)에서 '왜 이 토론회를 열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더나아가 이 방송 <긴급토론> "통합방송법 무엇이 문제인가"는 사기이며, 여론조작이라고 단정짓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느낀 점...

아니 내 눈으로 그곳에서 직접 확인한 몇가지 사실을 정리해보겠다.

 

먼저 가장 큰 문제는 그곳 방청객들의 문제이다.

사회자는 시작할때 분명히 "이곳에는 토론자들외에도 방송관련 단체, 언론운동 단체 회원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또한 중간에 방청객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순서에서 유은영 리포터는 "오늘 방청석에는 시민관련 단체분들, 방송관련 단체분들이 자리하고 계시는데요"라고 소개하면서 인터뷰하였다.

물론 그 곳의 방청석에는 시민관련, 방송관련 단체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숫자는 방청석을 메우고 있는 70여명의 사람들중에 인터뷰했던 보조패널(-방청석에서 관심있는 사람에게 인터뷰한 듯이 보였겠지만, 미리 짜놓은 각본의 사람을 인터뷰한 것이기에 보조패널이 마땅하다-) 4명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의 회원 4명뿐이었다. 합해봐야 8명이었다. 나머지 60여명(-정확한 숫자는 잘모르겠음-)은 어떤 이벤트회사에서 동원된 아르바이트생이었다. 물론 방송의 속성상 그럴 수 있다. 밤 11시가 넘어서 하는 토론회에 그 많은 사람들이 자진해서 오기는 힘들었으리라는 생각을 단편적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토론회의 방청객은 다른 여느 오락프로그램과의 방청객과는 달랐어야 함이 마땅하다. 우리는 어떤 언론매체를 통해서도 통합방송법 관련 논란을 시민들에게 쉽게, 자세히 설명해준 것을 접하지 못했다. 신문방송학도이면서 언론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나조차도 그 내용에 대해서 자신있게 설명하지 못한다. 

물론 법안을 처리하는데 모든 시민들이 알 필요가 있느냐 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전문가들끼리 토론이나 할 것이지, 왜 일반시민을 동원까지 해서 꼭 방청객들이 그 토론자의 의견을 잘 이해하고, 수긍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느냐는 것이다.

특히 이번 방송법 문제는 방송인들이 파업을 결의할 정도로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동원된 방청객들은 프로그램 시작전에 FD(-그 사람의 정확한 직책은 모르겠지만-)가 요구한 대로 모두들 수첩을 꺼내서 무엇을 받아적는 척 하고, 토론내용과는 상관없이 모두 그 내용에 이해하고 수긍한다는 듯이 괜히 고개를 끄덕이고, 무엇을 비유하여 설명하거나 토론의 분위기를 약간만 벗어나면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깔깔댄다.

물론 내가 그 방청석의 동원된 분들을 탓하고자 함은 아니다.

사실 그 토론회에서는 앞뒤 논리도 맞지 않으면서 방송에서 괜히 한번 튀어보려는지 토론내용과 상관없는 발언을 한 사람도 있었고, 토론에 참석하는 자신의 직함을 오버해서 소개하는 사람도 있었고, 다른 토론자의 말을 중간에서 끊으면서 무시하는 몰상식한 태도를 보인 토론자도 있었다. 그런 사람이 누구인지는 그 토론회의 녹화테잎을 보면 알 것이다.

그런데 동원된 많은 방청객들의 역할은 그 앞뒤 논리가 맞지 않고, 억지스런 궤변과 태도를 마치 오락프로그램의 가벼운 즐거움인양 재미있게 만들어 버린다. 오히려 그때는 그 토론자들에게 비웃음과 항의를 표했어야 할텐데 말이다.

또한 방송법 논란과 관련한 전후사정을 잘 모르는 방청객들은 FD의 사전요구에 의해서 아무데서나 그를 이해하고 수긍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정말 답답했다. 말도 되지 않은 억지논리를 펼치고 있는 것이 뻔한데도 방송프로그램에는 순간순간 방청석의 열심히 메모하고 있는 모습과, 그 토론자의 말을 수긍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연달아 보여주면 그 토론회를 객관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할 많은 비전문가 시청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마치 그 토론자가 옳은 소리를 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되지 않을까.. 

문화방송에서 방송된 <긴급토론> "통합방송법 무엇이 문제인가"는 토론회인가, 방송프로그램인가..

토론회를 방송으로 중계해주는 것이 아닌 분명 방송프로그램을 위한 토론형식으로 구성된 하나의 "쇼"에 불과했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그 증거는 몇가지 더 있다.

그 토론을 보았던 비전문가 시청자들중에 진정 '통합방송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명제에 이해를 할 수 있었던 사람은 얼마나 될까. 통합방송법이라는 전문적인 내용과 관련해서 미리 방송이나 신문이나 할 것없이 국민들에게 쉽게 설명해준 것을 보지 못했다. 단지 방송인들이 파업을 하는 것을 보고 그네들이 또 자기 이익을 꾀하기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펼치려는 구나..라고 치부할 따름이다.

과연 그런가? 방송이란 것이 지금의 우리 사회에 진정 끼치는 영향력을 모른다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 여는 <토론회>는 누구를 위한 토론회인가?

내가 알기로는 토론이라는 것은 어떤 상황/사안에 대해서 모두가 어느 정도 이해를 한 뒤에 그속에서 갈릴 수 있는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어느 정도의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 그 토론을 보면 그들의 사회적 위치와 목소리 크기에 따라 그 사안을 바라볼 수 있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더구나 방송이라는 핑계로 동원된 방청객들의 연기까지 더해진다면.. 더욱 헷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하나 지적할 것이 있다.

프로그램의 첫 시작과 함께 소개된 현안과 관련한 도표의 문제이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후 출연자 소개에 이어서 통합방송법과 관련한 쟁점사항을 도표를 통해서 설명해주었다.

다섯가지였는데..

-방송위원회 구성 -공영방송사장해임 -노사공동편성위원회 -위성방송 참여 -상업방송의 소유제한... 가 그것이다.

이 현안에 대해서 프로그램에서는 '정부,여당'과 '방송노련'의 안(案)으로 대비해서 도표로 나타내었다.

위에서 지적했듯이 이번 논란사안이 지극히 전문적인 사안인데다가 시민들의 이해가 부족한 사안인만큼 설명해주려는 의도는 제작진측의 배려로 다가왔다.

하지만 정작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그게 또 문제다. 그 도표는 '정부,여당'안과 이번에 파업을 결의하고 있는 '방송노련'안으로 대비시켜 놓았다.

물론 이 두 집단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당사자이기는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이번 사안이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다. 정부/여당과 방송노련 뿐만 아니라 야당은 또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고, 학자들이나 시민단체들도 각기 서로 다른 입장과 의견을 주장하고 있다.

실례로 이 날 토론자의 패널을 보면 통합방송법의 정부/여당안에 대해서 반대의 의견을 펼친 입장을 펼친 이경재(한나라당국회의원),박진해(방송노련), 성유보(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의 3명은 정부/여당안에 반대하는 데는 공통이었지만 세부적인 입장이 조금씩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사안을 찬성과 반대로만 나누려는 방송편의주의적인 발상이 우리의 방송법을 왜곡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하나의 문제..

이 토론회의 사회자는 이 날 방송을 마무리할 때 클로징멘트에서 '방송인들도 이번 파업예고를 대화로 해결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달라고'했다. 물론 이 멘트는 이 날 토론회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미리 준비된 대본이었다. 나는 이 대본이 이날 토론회가 미리 '방송인들은 파업하면 안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본다. 그것이 이 날 토론의 결과인지 의문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날 <긴급토론>에서는 하나의 재미있는 장면이 있었다.

이 날 토론회에는 2명의 시민단체 대표님이 서로 다른 입장에 서서 의견을 주장하였다. '여성민우회 이경숙 대표'는 정부/여당안에 찬성하는 쪽에,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성유보 이사장'은 반대하는 편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 날 프로그램의 처음의 토론자를 소개할 때 진행자는 이경숙 대표를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이자 여성민우회 대표'라고 소개하였고 성유보 이사장은 그냥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이라고 소개하였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언론개혁시민연대'라는 단체이다. 언론계에서는 흔히 이 단체를 줄여서 '언개련'이라고 부르는데 이 '언개련'은 40개 시민단체들의 연대 단체의 성격을 띈다.

'언개련'의 임원소개를 보면 상임공동대표에 김중배(참여연대 공동대표)

공동대표에는 구중서(민예총 이사장),박인상(한국노총 위원장),이창복(민족회의 상임의장),김상근(시청자연대회의 대표),이경숙(여성민우회 공동대표),이효성(언론학회 회장),성유보(민언련 이사장),유현석(경실련 공동대표),이갑용(민주노총 위원장),오충일(NCC 언론대책위원장),최영도(민변 회장),지은희(여연 대표),정길화(PD연합회장),조성부(기자협회장),최문순(언론노련 위원장)으로 되어 있다.

이경숙 대표 뿐만 아니라 성유보 이사장도 '언개련'의 공동대표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같은 단체라도 서로 다른 의견을 낼 수 있지만 그렇다면 '언개련'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닌 이상 왜 '이경숙 대표'에게만  '언개련 공동대표'라는 명칭을 더해주었는지 아이러니다.

'여성민우회 대표'만으로는 방송관련 토론회에 직함이 서지 않아서 일까. 차라리 그냥 정부/여당안의 토대가 된 '방송개혁위원회안'을 만드는데 참여한 인사라고 소개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이경숙 대표'는 토론회 도중에 계속해서 자신의 견해가 '시청자 단체/시청자들은 이렇게 생각한다'고 토를 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성유보 이사장'도 그에 맞서서(?) '시민/사회단체는..'이라는 입장의 대표성을 역설하였다. 물론 '여성민우회'가 그동안 시청자운동에 많이 공헌한 것이 사실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 '여성민우회'는 여성단체로는 알려져 있지만 시청자단체라고는 잘 모를까봐 친절히(?) 설명해준 것이라고 이해해야 되는가? 씁쓸한 생각이 든다.

<퀴즈쇼>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데, 방송에서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퀴즈쇼'라는 프로그램의 제작진들이 정답을 미리 알려주고, '퀴즈왕'의 스타를 만들어냈다는 영화이다.

나는 이번 <긴급토론> "통합방송법 무엇이 문제인가"를 방청하고 '이것은 <토론쇼>다'라고 단정지어 말한다.

우리 모두 방송에 속지 맙시다.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