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야기2002. 1. 3. 00:14

1월 1일부터 MBC 9시뉴스의 새로운 남자앵커로 보도본부장인 엄기영 기자가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와 관련한 기사의 제목을 "MBC뉴스를 '영원한 2등'에서 구하라"라고 뽑았더군요. 

최근 MBC뉴스가 시청률면에서 KBS에 밀리면서 이인용 앵커에서 권재홍 앵커, 다시 이번에는 엄기영 앵커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MBC뉴스와 KBS뉴스!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시청률 조사기관인 'TNS 미디어코리아'에 의하면 2001년 12월 평균 방송 3사 메인뉴스 시청률은 KBS가 18.9%, MBC가 11.8%, SBS가 8.4%로서 MBC가 KBS에 약 7% 뒤지고 있다고 합니다.

 시청률상으로는 KBS가 앞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청자단체 모니터보고서를 통해본 질적 평가를 살펴보면 그 반대로 MBC뉴스에 대한 평가가 우위에 있습니다. 


제가 보는 MBC뉴스와 KBS뉴스는 조금 성격의 경향을 띕니다. 

KBS는 사실의 양적인 나열에 중심을 둔다면, MBC는 여론형성에 대한 의지가 엿보입니다. 

KBS뉴스는 교과서적인 중립에 치중합니다. 이도저도 아니고,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고, 이 말도 저 말도... 양적인 균형을 맞춥니다. 이는 주관의 위험성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옳고 그른 것을 제대로 가려주지 않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러다 약간의 외부적인 영향력이 가해지면 그 양적인 균형이 왜곡되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정권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공영성 시비의 중심에 있었던 KBS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보도자료에 의지하는 경우를 많이 보이고 있고, 자연히 보수적인 경향을 띄게 됩니다.

 

MBC뉴스는 상대적으로보면 반대의 성격입니다. 사건에 대한 해석을 하려는 의지가 있습니다. 좀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자세라고 할 수 있겠죠. 소수의 시각을 다수에게 전달하는 계몽적인 자세가 담겨 있으면서 나름대로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KBS에 비해서 주시청층이 젊다고 합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이런 주관성은 대단히 위험하기도 합니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거부감을 불러 일으킬 소지를 높이면서 뉴스의 객관성에 상처를 입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비교는 작년 언론개혁 정국의 보도와 미국 9.11테러와 아프카니스탄에 대한 공격과 관련한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청자단체들은 모두 MBC의 보도태도에 손을 들어줬습니다. 

MBC는 우리 사회의 과제인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전파하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던 수구적 신문사와 한나라당의 정략적인 몰아붙이기로 공정성 이미지가 훼손되는 꼴이 되었습니다.

 KBS는 양적인 균형보도를 꾀하다가 가끔 다루는 언론개혁에 대한 언급이 오히려 권력의 힘에 영향을 받는 모습으로 비치기도 했습니다. 

미국 9.11테러와 아프카니스탄에 대한 공격과 관련한 보도에서도 KBS는 주된 정보원이 될 수밖에 없는 미국, 서방매체의 입장만을 주로 전달하다가 본질적인 접근이 부족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9시 뉴스 앞의 일일연속극 드라마의 시청률과 밀접한 관련을 맺습니다. 위에 거론했던 한명을 개인적으로 만났을때도 MBC뉴스의 질적평가가 아닌 시청률을 가지고 이유를 따진다면 결론은 하나라고 합니다. 바로 앞 드라마의 시청률이죠. 뉴스 제작진들은 자존심 때문에 그 점을 내세우지 못하지면 현실은 현실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보면 MBC의 '보고또보고'가 높은 시청률로 인기를 끌때는 MBC 뉴스가 강세였습니다. 이후 '보고또보고'의 종영과 함께 KBS의 '좋은걸 어떡해'라는 드라마가 시청률을 높이면서 KBS뉴스의 시청률 우위가 고착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고또보고'나 '좋은걸어떡해'가 모두 작위적이고 극단적인 상황설정으로 시청자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걸 기억해보면 뉴스 제작진들이 뉴스 시청률의 현실적인 이유에 대해 목소리를 아끼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얘기하다보니까 KBS뉴스의 부정적인 면만 얘기한 것 같은 데 장점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보는 KBS뉴스의 장점은 풍부한 인력입니다. 

뉴스를 자주 보는 시청자들이라면 KBS뉴스들을 보면 대부분 생소한 얼굴의 기자들이지만 MBC는 대개 낯이 익은 기자들인 걸 알 수 있습니다. 

MBC에 비해 방대한 조직인 KBS의 인력조직에서 나오는 KBS뉴스의 축적된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MBC의 바뀐 뉴스 앵커를 얘기하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참고로 엄기영 앵커, 보도본부장의 출신지는 강원도라고 합니다. 춘천고등학교를 나왔더군요. 선거를 앞두고 지역성에서 자유로우면서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뽑힐 수 있는 보도로 이끌어주었으면 합니다.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