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야기2001. 11. 19. 17:00

배우 황수정이 필로폰(히로뽕)으로 구속되고, 가수 싸이까지 대마초로 구속됐다. 사람들은 두 연예인이 비슷한 시기에 잡혀서 관심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낸다고도 하지만 어쨌든 그 둘은 개인으로써 특히 공인으로써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너 버렸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둘을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아니 특히 언론이나 연예인들의 반응이 많이 다른 게 보인다. 


순수한 이미지의 여배우인 황수정이 필로폰을 했다는 것이 놀라게 했지만 유부남과 함께 동거를 했고 '최음제'(성적흥분제)인줄 알고 마셨다는 대목에서 그 충격을 증폭시켰던 것 같다. 물론 마구 쏟아내는 스포츠신문의 글은 어디까지 믿어야 될지 모르지만 사람들의 이야기거리는 많이 늘려주었다.

 

며칠후에 구속된 싸이는 원래 엽기가수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좀 튀는 남자가수였던 게 놀라는 사람보다는 '그럴만한 놈이다'라는 소리가 많았다. 


그런데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 둘이 언론이나 연예인 사이에서는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듯 싶다. 황수정은 그들 사이에 거의 왕따를 넘어 매도를 당하고 있는 반면에 싸이는 동료 연예인들이 구명을 위해서 서명운동까지 벌인다는 소리도 들린다.

 황수정이 사생활이 어땠는지 알길이 없지만, 내가 보기에도 싸이는 엽기라는 표현보다는 외국물을 먹은 좀 튀지만 주관이 있는 청년으로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또 필로폰과 대마초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외국에서는 대마초가 많이 보편화되어 있다는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사실인지는 알길이 없지만 황수정은 필로폰인지는 몰랐고 다른 약을 탄줄 알았다고 하고, 싸이는 그 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상 상습범임을 감안하면 언론이나 동료연예인들이 차별대우하는 모습은 좀 심하다 싶다. 거꾸로 걸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황수정이나 싸이나 대중연예인으로써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죄를 저질렀다. 그런데 이제부터가 재미있을 것 같다. 

누가 먼저 TV에 나올까? 누가 먼저 TV에 나와서 '시청자 여러분과 아껴주시는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한명의 팬이라도 저를 원한다면 연기/노래에 전념하겠습니다.'라고 할까 재미있을 것 같다.


 주변정황상 싸이가 빠를 것 같다. 잡힌지 며칠이나 됐다고 동료연예인들이 구명운동을 벌인다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린다. 나도 젊은 친구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의 직업은 연예인이다. 그들의 활동 대상은 다름아닌 무한의 대중들이다. 남녀노소 구분없는 대중들과 맞닥뜨리는 사람들이다. 대중들에게 호소하고 그들의 우상이 되어서 스타가 되려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문제다. 

범죄를 저지르고 얼마되지 않아 죄송하다는 한마디로 때우고 다시 등장하는 그들은 그들 자신만의 직업이 아니기에 한마디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동료 연예인들은 지금 구명운동할 때가 아니다. 일단 처절할 만큼의 진실한 반성부터 보여줘야 하지 않은가. 


그리고 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언론의 보도태도이다. 특히 스포츠신문들의 황수정의 마약복용을 둘러싼 소문과 추측기사를 남발하면서 인권침해적인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수감생활 황수정 "웨하스가 먹고싶어" (굿데이) 

제3·제4 섹스비디오 괴소문 확산 (굿데이) 

최음제 "뿅"가다 아주 간다 (굿데이) 

변우민, 황수정 특별면회 신청 (스포츠투데이) 

황수정 파문 정계 확산 "누구냐" (스포츠 투데이) 

황수정, 강씨-탤런트K와 ‘삼각관계’ (스포츠 투데이) 

"평소 황수정 언니에 대한 뒷얘기를…" (스포츠투데이) 

황수정, 변호사선임 왜 안하나? 강씨 눈치보느라? (스포츠 조선) 

황수정, 강씨에 옥중고백 "사랑합니다" (스포츠 조선) 

황수정 출소 후 '뽕 2002' 출연" (일간스포츠) 

황수정 히로뽕vs최음제 (일간스포츠) 

최음제 마셨다면 혹시 비디오는…" (일간스포츠) 

'황수정의 남자들' 어디선가 떨고 있다 (스포츠 서울) 


이처럼 스포츠신문들이 날뛰는 모습은 그들간의 역학관계와도 맞물려 있다.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 시즌이 끝난후 기사거리가 줄어든데다 지난 9월 5번째 스포츠신문인 굿데이가 창간된 이후 후발주자로써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이미연 결혼설등 루머와 추측기사를 남발하면서 다른 신문들이 시장 지키기에 나선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터졌고 그들간의 경쟁으로 이번 사건은 더욱 확산시켰다. 연예인의 마약사건 조차도 상품화시켜 팔아먹는데만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사건을 전하는 그들의 유력한 경쟁 관계(?)에 있는 방송 연예정보프로그램이 시청률지상주의에 빠져 있다고 비판하는 꼴은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스포츠신문이나 방송국 연예정보프로그램은 이 사건을 부풀려서 팔아먹을 생각만 하지말고 대중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에 대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가려줘야 할 것이다.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