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야기1998. 10. 18. 15:54

문화방송 "시사매거진 2580"을 보고나서  


강 정 훈

 

희망과 아쉬움.. 

2580은 '진실'에 대한 욕구를 보여주었지만 '상업성과 시청률'의 허울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10월 18일(일) '시사매거진 2580'의 하이라이트는 "10.26과 채홍사"..

채홍사라는 것은 조선시대 사신들의 술자리를 책임지는 관리를 말한다고 한다.

프로그램의 시작과 함께 박정희가 전대통령이었다는 측면보다 '독재자 박정희의 종말'이라고 표현한 것이 기존 보수언론의 박정희관에 비추어볼 때 새로움을 불러 일으킨다. 

최근 조선일보 등 수구적 매체에서 줄기차게 외치고 있는 박정희를 '혁명가'로써 재평가하자는 논리와는 반대되게 박정희를 '독재자'로 평가한 것이다. 

그럼 내용을 살펴보자.

김재규가 박정희를 살해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신군부는 김재규 개인의 권력욕 때문이었다고 발표했고, 김재규는 독재권력의 종식을 바라는 충정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새로운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즉 박정희의 지속적인 방탕한 생활이 측근들의 환멸을 불러 일으켰고, 이것이 10.26 거사의 핵심요인 이라는 것이다. 김재규는 주색에 빠진 박정희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꼈고, 대통령 연회자리에 채홍사 역할을 했던 의전과장 박선호는 심한 자괴심에 빠졌던 것은 사실이었다는 것이다. 20년만에 최초 공개되는 김재규와 박선호의 재판 당시의 육성녹음을 근거로 10.26 거사의 전야를 재구성하여 보여 주었다.

10.26과 김재규에 대해서 재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여지지만 그것의 근거가 '독재자 박정희'에서 '방탕한 박정희'로 몰아간 것은 현재로서 어떤 의미가 있는 지 궁금하다. 그것을 재평가라고 말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분히 시청률을 의식한 상업적 의도가 아닌가 한다.

하지만 박정희 재평가 작업과 관련하여 혁명가로써가 아닌 '독재자 박정희'로 관점을 잡은 것은 보수언론의 현실을 감안할 때 시사매거진 2580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한다.

또 이 프로그램의 근거자료로 제시했던 10.26재판 녹음테잎과 그 테잎이 들어있는 곧 발간될 예정의 책의 저자가 끝까지 박정희를 혁명가로 주장하는 조선일보와 경쟁관계에 있는 동아일보 사람이라는 것도 재미거리가 아닌가 한다.

마지막에 박근혜에게 독재자·방탕가 박정희 주장에 대한 반론의 기회를 준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본다. 권력자의 딸에게 나올 수 있는 주장은 뻔한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차라리 조선일보 조갑제 같은 박정희 숭배자한테 말을 지껄여보라고 해보았으면 더욱 재미있었을 것을.....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