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야기1998. 10. 17. 15:52

문화방송 "'98 MBC 대학가요제"를 보고나서  


강 정 훈

 

과연 대학가요제는 대학과 대중문화의 튼튼한 이음선이었던가. 

과연 건강한 시대정신과 참신한 실험정신이 깃들어 있는 노래들의 장인가. 

제22회 MBC대학가요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이 시대의 대학문화는 무엇인가.

10월 17일(토) 밤 10시 40분부터 새벽 1시 55분까지 이어졌던 제22회 MBC대학가요제가 내가 던져준 물음들이다.

 77년부터 이어져온 대학가요제는 기존 대중음악계에 주기적으로 충격을 가져다 줌으로써 대중문화, 대중음악의 다양화를 이끌어내고 대학이라는 대명사 아래의 젊은이 문화를 기성 사회에 접목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왔었다. 

하지만 88올림픽을 즈음해서 부터 여러 외래 문화가 직접적으로 유입되고 점차 민주화 되는 사회분위기는 대학가요제의 역할에도 새로운 자리매김을 강요하게 되었다. 가수가 될 수 있는 창구가 많이 생기고 엄청난 숫자의 음반이 발매되면서 대학가요제가 맡아야 하는 대중음악속의 다양화 역할은 보다 많은 새로운 프로적인 대중음악인들이 탄생하여 대신하게 만들었다. 대학가요제에 참가해보고 싶어 대학에 가고 싶다던 말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에 점차 상업화되어 가던 대학가요제는 가요제 출신 가수들의 한계가 나타나면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 대안으로 일종의 성격변화를 이끌어 내게 되는데 '대학'의 아카데미즘을 좀더 강조하여 장소를 대학내의 운동장으로 변화시키면서 기존의 '가요제'라는 데 무게지어졌던 초점을 버리고 대학축제 속으로 들어가려던 노력이다. 

여기에도 찬반 논란이 있었지만 그 시작은 긍정적 평가를 할 만 했다고 보여진다. 

어설픈 엘리트 의식과 상업주의에의 굴레를 벗어버리려는 노력이 보였고, 80년대 후반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대학인들의 실천과 함께 했던 여러 노래들을 TV에서 함께 부르는 모습은 대학가요제라는 이름아래서 가능할 수 있었던 당시에는 상당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만 했다. 하지만 또다른 고민의 시작은 대학에서 나왔다. 점차 다양화된 사회속에서 대중문화의 중심이 10대 중고등학생들로 내려오게 되고 그 시기를 거친 사람들이 주축이 된 대학문화가 자신들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청년상업주의에 편입되어 가면서 대학과 대중문화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만 것이다. 

대학문화가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나온다. 

 이번 제22회 대학가요제는 그에 대한 고민이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20년전인 1978년과 현재 1998년을 비교한다고 했지만 과거만 있고 현재는 없는 70년대가 지금 그 당시를 소개하는 것 이외에 아니었다고 본다. 유신정권 아래 긴급조치 등으로 현실에 대하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당시의 대학 속에서 지켜왔던 대학문화를 되돌아보는 70년대 학번들의 무용담(?)을 듣는 듯 했다. 

아니 거기까지는 이해되었다. 하지만 그럼 지금 1998년의 대학문화는 무엇인가. 

무엇을 1998년 지금의 대학문화라고 말하였던가. 정작 대학가요제의 참가곡속에도 어설픈 아마추어리즘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70년대 자신들의 문화속에 녹아있다고 자랑하는 시대정신과 실험정신을 정작 지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점차 대중문화속에 빨려들어가는 대학문화속의 유일한 생존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시대정신과 실험정신을 대학가요제마저 외면해버린 것은 아닌가하는 아쉬움과 함께 대학이 그 정체성을 가지고 대학과 대중문화의 이음선을 그어보는 것이 아니라 대학문화 또한 대중문화 이하의 것에 불과함을 단정해버리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 시대에서 대학의 역할에 대한 혼란과 함께 가져온 결과일 것이다. 

그만큼 대학이 자신들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