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야기1998. 10. 8. 14:59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서 주최하는 '언론학교'의 강의내용과 26기(98가을) 수강생의 강의평가 (6)


광고 읽기


신 태 섭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강사)


■  서 론

현대사회에서 광고는 개개인의 생활영역 구석구석에 편재하고 있다.  그것은 갖은 수단을 다 부리며 경쟁적 반복적으로 집요하게 개개인의 일상생활에 침투하려 든다.  광고의 편재성과 침투성이 커질수록 사람들의 의식은 광고에 대해 점점 더 면역되고 무감각해진다.  그 결과,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광고를 하찮고 사소한 것, 의식의 언저리를 무심히 스쳐지나가는 것으로 느낀다.  그렇지만, 광고는 실제로 하찮고 사소한 것도 아니고, 의식의 언저리를 맥없이 스쳐지나가는 것도 아니다.


광고주는 잠재적 소비자의 인지, 의견, 태도, 정서 등의 상태를 자신의 상품구매에 유리한 쪽으로 변화시키거나 유지시키는 데 도움되리라 여겨지는 광고물을 제작, 유포한다.  광고주의 입장에서, 광고는 중요한 경제적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며, 광고물은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어 만들어진 경제적 재화이다.  동시에, 광고주의 활동은 어떤 대상에 대한 기호적 표상을 만들어 소통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문화적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며, 광고물은 일종의 문화적 재화이다.

 (R. Williams는 문화 개념을 1)지적 정신적 미학적 발전 과정 2)의식주 활동을 비롯해 모든 인간 활동을 포괄하는 삶의 양식 3)의미를 생산하는 의미화 실천(signifying practices)의 과정 등 세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여기에서의 문화는 세번째 개념이다.)

수용자에게 있어서, 광고물은 의미화 실천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문화적 재화이다.  광고물은 개개 상품에 대한 기호적 표상이자, 그 상품의 소비를 통해 얻게 될 삶의 표상이다.  수용자는 광고물을 해독해 그것의 의미(meanning)나 즐거움(pleasure)을 자신의 내부에서 재생산한다.  이는 일종의 문화적 실천과정이다.


  또한, 그 과정은 비중있는 경제적 실천활동이기도 하다.  광고 수용은 상품의 구매와 소비에 영향을 끼치며, 광고된 대상을 구입할 경우 광고 수용자는 광고물 제작과 배포에 투입된 비용을 그 대상의 가격의 일부로서 지불한다.  광고 수용은 문화적인 동시에 경제적 실천활동이며, 광고물은 문화적인 동시에 경제적 재화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광고는 경제, 문화, 언론 등 사회구성의 여러 층위에서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적인 사회제도의 하나이며, 이는 현대사회가 유지, 발전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이다. 매스 미디어는 광고산업의 확대에 힙입어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전체를 대표할 정도로 발전해 왔다. 광고는 매스 미디어의 경제적 토대이자, 그 자체가 일종의 언론제도이다. 광고는 상품의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여 상품의 순환을 돕는다. 광고 없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란 이제 상상할 수조차 없다. 광고는 생산, 분배, 소비 활동 등 각 행위주체들의 경제적 실천들을 한데 엮어 순환케 하는 일종의 경제제도이기도 하다.

또한, 광고는 현대사회에서 비중 있는 문화제도이기도 하다.  미시적으로 광고물은 개개 상품에 대한 표상이자, 그 상품의 소비를 통해 얻게 될 삶의 개별적 표상이지만, 거시적으로 그것들은 상품 일반에 대한 표상 그리고 상품을 매개로 한 생활 일반에 대한 표상의 연속적인 흐름(flow)을 형성한다.  광고는 상품 일반과 상품중심적 세계의 의미 구성을 매개함으로써 그에 관련된 개개인의 의미화 실천에 개입하는 문화제도의 하나인 것이다.


광고는 미시적으로 볼 때 문화적인 동시에 경제적인 실천활동이며, 거시적으로 언론 경제 문화 등 사회구성의 제 층위를 복합적으로 매개하는 사회제도이다.


■  본 론

1. 광고읽기를 위한 두 고리

 1) 상품으로서의 광고

  광고는 사회적으로 강매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광고를 할 때 드는 비용, 곧 매체구입비와 각종 광고제작비는 광고주가 지불한다.  광고주가 지불한 비용은 상품가격에 포함되어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된다.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원하건 원치 않건 간에 어쩔 수 없이 광고도 구매하는 것이다.  광고란 공짜로 즐기는 것이 아니다.  단지, 돈을 내는 방식이 다를 뿐,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입장료를 내는 것과 똑같이, 엄연히 그리고 톡톡히, 단지 간접적인 방식으로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광고의 교환가치는 상품의 교환가치로 전이되며, 이에 기반해 광고의 사용가치는 상품의 사용가치로 전이된다.


  광고주는 자신이 소유한 상품 이외의 상품에 대해서는 소비자이지만, 다른 상품광고에 대해 자신이 지불한 광고비를 자신이 광고하는 상품광고에 의해 또다른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으므로 궁극적으로 광고비를 부담하는 것은 근로대중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정은 상품광고 뿐만 아니라 정치광고, 공익광고, 정부광고 등 모든 광고에서 부담전가의 사슬이 길고 복잡할 뿐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점은 국가 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부자 나라의 많은 상품들이 자국시장만으로는 충분히 소화되지 않기 때문에, 혹은 생산력 차이에 의한 초과이윤을 기대하여 가난한 나라에 쏟아져 들어간다.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은 부자 나라의 상품을 소비하면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부자나라 기업가의 광고비까지 지불한다.


  오늘날 광고라는 특수한 상품은 전체 국민경제의 커다란 한 부분, 곧 거대한 광고산업을 형성하고 있다.  나아가, 그것은 다른 모든 산업에서 생산되는 상품들의 판매를 매개함으로써 자본주의적 국민경제 자체의 유지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신문, TV, 잡지, 라디오 등 각종 대중매체들이 작동하는 재원의 역할도 하고 있다.  오늘날 대중매체들은 수입의 약 80%를 광고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중매체들은 독자나 시청자보다는 광고주의 눈치를 더 살핀다.

 2) 지배 이데올로기로서의 광고

  광고는 상품이 특정한 기호적 가치(정신적 유용성)를 갖게 되는 유력한 통로이다.  광고물의 기호적 가치는 상품의 기호적 가치로 전이되어 그것은 상품 사용가치의 일부로 통합된다.  광고는 광고주가 판매극대화를 위해 선택하거나 고안한 상징적 유용성(상징성)나 물신적 유용성(물신성)를 상품에 부착시키는 수단이다.  대상에 상징성이나 물신성을 부착시키는 기호적 실천은 주체와 대상 간의 관계를 특정하게 틀잡는 것이기 때문에 근원적으로 이데올로기적 실천이다.  현대 광고는 주로 지배 이데올로기에 입각해, 상품을 인간 욕망과 필요의 능동적 충족자로서 제시하고, 예찬한다.  현대 광고는 지배 이데올로기들을 재생산하는 동시에, 인간의 의식을 상품관계의 틀로 재조직한다.   


  "달과 6펜스"의 작가 서머셋 모옴은 지배 이데올로기를 전면에 내세운 '설득'으로만 광고를 구성하여 성공을 거둔 현대적 광고의 선구자이다.  그는 데뷔 초기 문단에서 별반 주목받지 못했다.  출판사에서 많은 광고를 투입했지만, 그의 소설은 판매부진을 면치 못했다.  곤경에 처한 모옴은 기발하고 속물스런 광고로 그 난관을 타개했다.  런던의 각 신문에 가명을 사용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광고를 낸 것이다.


  "본인은 스포츠와 음악을 좋아하고 교양이 있으며, 또한 온화한 성품과 사치스런 기질의 젊은 백만장자입니다.  서머셋 모옴의 최근작에 등장하는 여주인공과 모든 점에서 똑같은 젊고 아름다운 여자와 결혼하고자 합니다." 이 광고가 나간 뒤 6일만에 그의 소설은 완전히 매진되었고, 그는 일약 최고의 인기작가로 떠올랐다.  이 광고에는 팔고자 하는 상품에 관한 정보는 아무 것도 없다.  대신, 통념과 암시 두 가지가 있을 뿐이다. 스포츠/ 음악/ 교양/ 온화한 성품/ 사치스런 기질/ 젊음/ 백만장자 등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여러 요소들에 관한 통념과 그러한 요소들을 두루 갖춘 남자가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 관한 이야기가 상품에 담겨있다는 암시가 그것이다.  통념은 지배 이데올로기들이고, 암시는 통념을 구매동기로 변환시키는 의식조작이다.  오늘날의 광고는 모두 서머셋 모옴의 광고를 교과서로 삼고 있다.


  광고는 상품의 소비가 젊음/ 매력/ 로맨스/ 쾌락/ 즐거움/ 기쁨/ 행복/ 정/ 친교/ 안전/ 건강/ 고통으로부터의 해방/ 성공/ 손해의 예방/ 존경/ 품위/ 부/ 명예/ 권위/ 고상함 등등 통속적으로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들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고 암시한다.  특성한 상징성이나 물신성이 상품의 일부로 기호학적으로 전이되는 과정이 곧 그 암시이다.  상품은 사람들이 원하는 그것에 대한 상징이거나 그것을 베푸는 물신이며, 그 암시는 궁극적으로 상품예찬이다.  광고는 그 상품예찬의 과정에서 원하는 그것들을 향유하는 데 관련된 특정한 사고방식, 태도, 행동방식을 직간접적으로 부추기고 찬양한다.  이때 부추겨지는 사고방식, 태도, 행동방식들은 현실을 인식하는 지배적인 개념틀, 곧 지배 이데올로기들이다. 또한, M. Parenti에 의하면, 광고는 "자본주의 체제가 굼벵이같은 사람들과 무능자를 빼놓고는 모든 사람에게 물건들과 행복한 생을 안겨줄 수 있다는 데먼스트레이션"이기도 하다.  광고는 현실을 누구든 노력만 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유토피아로 형상화한다.  개별 광고는 서로 경쟁적이지만, 그것들은 서로 연대하여 상품적 세계에 대한 예찬, 곧 체제예찬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판매하고 있다.


2, 거시적 광고읽기에서의 논쟁

  광고의 사회적 성격 규명은 현대 사회 및 현대인의 사회적 삶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광고가 경제적, 문화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이론들은 비판과 옹호의 격렬한 논쟁에 휘말려 왔다.  자유주의적 옹호론, 신자유주의적 비판론, 맑시즘적 비판론 사이의 그 논쟁은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1) 자유주의적 옹호론

  광고에 대한 옹호론에서, 광고는 광고주나 소비자에게 공히 합리적인 선택을 가져다주기 위한 이성적이고 경쟁적인 시장행위 곧 마케팅 활동의 일종이다.  Nicosia에 따르면, 그러한 행위들이 어우러져 사회적 수준에서 사회 전체 체계의 일부인 광고체계 혹은 광고제도를 형성하게 된다.  大西康邦과 松田義幸의 표현을 빌자면, 광고체계는 전체 사회체계를 구성하는 경제체계의 일부인 마케팅체계의 한 하위체계이자, 경제체계와 함께 전체 사회체계를 구성하는 사회문화체계의 일부인 커뮤니케이션 체계의 한 하위체계이다.


  J. Carey에 의하면, 광고는 "경쟁이 완전히 보장되는 시장과 가장 원시적인 시장에서 제공되는 시장정보"를 의미한다.  시장정보는 시장제도의 필수 구성요소이며, 광고는 시장정보를 전파하는 고전적 기능을 수행할 뿐 아니라, 현재의 경제체계에 적합한 행동규범을 제시하는 사회통제 기관으로서도 기능한다.  광고의 이러한 기능은 현대사회 발전의 논리적 귀결이다.  광고는 소비자의 탐구비용을 줄여주고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돕는 시장정보 제공체계로서의 경제제도이자, 행동규범 제시체계로서의 문화제도인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C. Sandage는 "충분한 고용을 위해선 높은 수준의 소비가 필수적인데,…이를 위해선 설득이 필수적인 바, 광고가 바로 그 기능을 담당한다"고 진단한다.  기업은 광고의 설득효과 덕분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고, 그래서 더 높은 수준의 고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인식에 기반해, 그는 광고를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의 구성요소인 설득자라고 규정한다.  그 설득 과정에서 소비자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며, 그로 인해 선택의 자유도 향상된다.  결국, 광고는 고용을 창출하는 경제제도인 동시에 소비자의 의식 수준을 향상시키는 문화제도이다.


  T. Levitt는 문화적 측면에서 광고를 더 깊이 천착해, 광고를 '상징성(symbolism)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 욕망를 구현하는 예술'이라고 규정했다.  그에 의하면, 사물의 사용과 그 사물의 상징성(symbolism) 간의 관계는 인간과 사물 간의 상호작용을 가장 근본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수용자가 노골적인 기만행위에 의해 쉽게 영향받지 않는 한, 광고가 사물의 상징성을 이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으며, 오히려 인간의 기본 욕구에 부응하는 일이다. 이들은 광고가 사회에 대해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친다는 일체의 비난들을 근거 없다고 기각한다.  Querles 등 3인의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광고에 의해 조작되는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광고로 인해 보다 더 효율적으로 된 유통체계의 수혜자들이다."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광고체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탄력적인 광고체계에 개입해 시장력을 왜곡하는 외부의 작용들 때문이다.


 2) 신자유주의적 비판론

  신자유주의적 비판론자들에게 있어서, 광고는 잠재적 생산자들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진입장벽을 쌓고 상품 가격을 인상시킴으로써 자유로운 시장력의 발달을 저해하고, 그럼으로써 현대 사회의 건강을 보장하는 시장의 균형--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운 균형--을 깨뜨리는 것이다.  V. P. Norris에 의하면, 기업들은 광고를 통해 상품을 차별화하여 시장 지배력을 획득하며, 그 결과 시장 자원은 비효율적으로 분배되고 낭비된다.  광고가 활발히 기능할수록 시장 메카니즘은 더 왜곡되고 경쟁은 제한된다.  광고는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 확장에 기여하는 경제제도인 것이다. 


  D. M. Potter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광고를 단순히 경제적인 영향력만을 지닌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까지 영향력을 끼치는 사회 통제의 도구라고 주장한다.  그에게 있어서, 광고는 사람들을 기업이 원하는 소비자가 되도록 교육시키며, 그럼으로써 기성의 태도를 강화하고, 소비자의 선택의 폭과 다양성을 제한한다.  광고는 소비를 부추기고 물질주의적 가치를 고양시키는 경제-문화적인 제도, 곧 풍요의 제도인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C. Linblom는 "광고의 문화적 기능은 구체적인 상품들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소비를 통해서만이 만족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득하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신자유주의적 비판론의 대표적 논자라 할 수 있는 J. K. Galbraith에게 있어서 광고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는 소비자의 욕망이 소비자주권론을 외치는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의 생각처럼 소비자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자립적으로 형성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여겼다.  "소비자 욕망은 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형태로 형성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기괴하고, 경박하며, 그 근원이 비도덕적일 수도 있다."  그에 의하면, 현대사회에서 소비자 욕망은 기업이 광고를 이용해 만들어내는 것이며, 광고의 중심 기능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수요를 창출하여 사적 이윤을 얻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비판론은 인간의 이기심을 우려하며, 방임되는 시장을 불신하고, 광고의 사회적 책임과 규제를 요구한다.  광고는 시장경쟁을 제한하고,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을 초래하며, 시장 진입의 장벽을 쌓아 독점화를 초래하고, 물질주의적인 가치관을 팽배케 해 건강한 사회의식을 훼손하며, 허위적 욕구를 자극해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하고, 미디어에 부당하게 간섭하며, 사람들의 의식을 소수 통제자의 구미에 맞게 조작한다.  요컨데, 광고는 경제와 문화를 피폐케 하는 것이며, 합리적으로 규제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3) 맑시즘적 비판론

  맑시즘적 비판론에서 광고는 유통비의 일부로서, 판매되는 상품의 부차적인 일부이다.  동시에, 그것은 광고주가 대중으로 하여금 잘못된 의미화 실천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자신과 세계에 대해 허위의식을 갖도록 조작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광고는 환상의 제공을 통해 대중에게 허위의식과 허위욕구를 불어넣고, 문화의 저속화를 촉진하는 한편, 시장진입의 장벽을 쌓고, 독점화, 낭비, 비효율, 불평등 등을 야기하며, 자본측에 편향되도록 미디어를 통제한다.  광고에 의해 속임을 당한 대중은 과다한 허위욕구를 갖게 되고, 필요 이상의 상품을 구매한다.  그 결과, 자본가는 과잉생산에 따른 상품실현의 점증하는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고, 노동자는 상품을 매개로 한 물질적 정신적 지배의 늪에 깊이 빠져든다.  자본주의 체제는 한 부류의 인간이 다른 부류의 인간을 억압하고 지배하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광고는 그 지배를 위한 제도의 하나이다.  광고는 자본주의 사회의 불건강한 제 특성들을 창출하고 심화시키는 범죄의 자발적인 공범자인 것이다.  광고는 좁게는 상품판매를 위한 경영도구이지만, 넓게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핵심적인 일부인 동시에 자본가 계급의 문화-이데올로기적 지배도구이다.


  E. Mandel에 따르면, "자본주의 체제는, 죽음의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요를 자극해야 하며, 이를 달성하는 것이 곧 광고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이 집중되고 집적되면서 점점 더 큰 과잉생산의 위기에 직면한다.  원만한 재생산을 위해선 생산된 상품이 충분히 구매되고 소비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생산은 구매와 소비, 곧 상품가치의 실현(realization)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상품의 가치실현이란 한 상품이 자신이 지닌 교환가치와 동량의 가치를 지닌 다른 상품, 대표적으로 화폐와 시장에서 교환되는 것, 곧 판매를 의미한다.  인간의 욕망이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사회적 유용물이 대부분 상품형태로 생산 소비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의 가치실현은 그 사회가 유지 발전할 수 있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자본주의의 발전은 모순되게도 실현의 위기, 곧 재생산의 위기를 초래한다.  이는 전체 경제체제의 유지를 점점 더 어렵게 하는 것이다.  그 위기에 대한 자본가들의 대응책이 바로 광고이다.  광고는 수요를 창출하거나 재배분함으로써 실현의 위기를 관리한다.  광고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재생산을 돕는 경제제도이다.


  또한, S. Ewen에 따르면, 광고는 "상품에 대한 욕망를 조장하고 소비적인 사용 습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만족한 소비자는 불만족한 소비자만큼 이윤을 내게 하지 않는다.  겉으로, 광고는 상품 소비를 통한 만족을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끊임없이 불만족을 조장한다.  생산을 위한 노동을 통해서는 불가능한 욕망충족이 소비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끊임없이 외쳐대는 것이다.  광고는 허위적 욕망에 기반한 소비문화의 매개자이며, 이데올로기 조작을 통해 대중의 의식을 구속하고 통제하는 문화제도의 하나이다.


3. 미시적 광고읽기의 방법과 사례

 1) 텍스트 읽기와 사례

  광고물은 일종의 기호이며, 의미화실천의 대상으로서의 텍스트이다.  텍스트는 의미의 담지체, 곧 수용자로 하여금 어떤 의미를 그의 내부에서 재생산하도록 지시하는 기호의 집합체이다.  의미는 기호구성 활동이 진행중인 한에서 인간의 의식 속에서 현존한다.  의미는 다른 측면, 곧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측면에서 재미이기도 하다.  언어적 기호구성 활동을 통한 대상의 의미 생산은 그에 준하는 정서적 상태(재미)의 생산이기도 하다. 텍스트가 지시하는 의미의 내용은 텍스트를 구성하는 기호들에 규범적으로 대응한다.  기호학은 그 규범에 관한 학문이다.  R. Barthes에 의하면, 기호학은 텍스트의 일차적 의미(기표들이 명시적으로 지시하는 의미/ 외연적 의미), 텍스트에 함축된 이차적 의미(기표와 기의의 통일로서의 기호가 일종의 기표로 작용해 지시하는 의미/ 내포적 의미), 그 의미들을 배후에서 지원하는 신화와 신화체계(널리 통용되는 사고방식, 태도, 행동방식과 그것들의 사회적 존재양태/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들의 지형)를 규명하는 데 유용하다.  광고 텍스트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기호학적 분석 대상이다.

  * 사례

    - 외연적 의미 :

    - 내포적 이미 : 젊음/ 매력/ 로맨스/ 쾌락/ 즐거움/ 기쁨/ 행복/ 정/ 친교/ 안전/ 건강/ 고통으로부터의 해방/ 성공/ 손해의 예방/ 존경/ 품위/ 부/ 명예/ 권위/ 고상함 등등 

    - 신화적 의미 : 권위, 민주/ 사대, 자주/ 개인 이기, 공동 나눔/ 물질만능, 정신적 가치/ 소비 향락, 생산 절제/ 성상품화 성역할 고정, 페미니즘 등등


  R. Goldman에 의하면, 광고는 상품에 관한 기호로서의 "상품-기호"이자 "기호-상품"이다.  광고 기호가 지시하는 의미는 먼저 그 의미의 실체적 대상으로부터 분리되는 동시에 상품의 구체적 성질들을 사상하며(추상 단계), 기표와 상품의 기호학적 동일시를 통해 기호의 의미는 공허해진 상품의 의미를 채워 상품의 의미로 전이되며(등치 단계), 궁극적으로 상품이 그 의미의 원천으로 새롭게 자리잡는다(물화 단계).  S. Jhally에 따르면, 광고는 "대상에 관한, 대상을 통한 담론(discourse through and about objects)"이자, 궁극적으로 상품물신성의 매개자이다.  광고의 세계에서 상품은 스스로 말을 한다.  상품이 주체이고, 인간은 대상인 것이다.  상품적 시각에서 보면, 상품은 자격 있는 사람 곧 지불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나눠주는 자립적 주체이다.  상품이 아픈 곳을 치료해주고, 아름답도록 해주고,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광고에서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광고 때문에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광고의 세계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며, 광고를 통해 심화되고 확장됨은 분명하다.  그 결과, 광고는 가장 강력한 상품 예찬 이데올로기의 주창자가 되고, 현대 문화를 나아가 사회 전체를 상품관계로 재조직하는 문화적-경제적 기관차가 된다.

  * 사례    - 추상             

            - 등치

            - 물화


 2) 맥락 읽기

  수용자는 텍스트를 해독해 그것의 의미와 재미를 자신의 일부로서 재생산한다.  수용자가 재생산한 의미와 재미는 텍스트에 기반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텍스트 생산자가 애초에 의도한 것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수용자의 1)사회적 위치(계급, 성, 소속집단, 사회경제적 지위 등등), 2)욕망과 필요, 3)텍스트 해독 능력, 4)수용 당시의 구체적 상황 및 5)상품 자체의 사회적 필요성과 6)기구성된 상품의 사회적 의미들(1,2,3차 의미들) 등등 맥락에 따라 수용자는 상이한 해독을 하게 된다.

■ 맺음말 


'좋은 광고'에 대해 광고계의 입장과 수용자의 기준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광고계에서는 '좋은 광고'를 광고주의 목적이 효과적으로 달성된 광고, 곧 광고주의 이윤극대화에 기여하는 광고를 말한다. 매체사는 사회적 언론의 담당자라는 자신의 공적 성격 때문에 '공익성'을 언급하고, 광고대행사는 제작자의 입장에서 '작품성'을 따지기는 하지만, 이 기준들은 광고계를 통합하는 입장에 서있는 광고주의 기준에 부차적으로 종속되는 기준들일 뿐이다. 


반면, 수용자의 입장에서 '좋은 광고'란 광고주의 이윤과는 전혀 상관없이 수용자에게 있어서 기준이 되는 것은 광고라는 정보상품 자체의 사용가치이다. 소비자가 상품을 구입하는 것은 그 상품의 쓸모 때문이지, 그것을 생산한 기업에 이윤을 내주기 위해서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광고 수용자에게 있어서 그 기준을 광고 자체의 직접적인 사용가치만으로 한정할 수 없는 또 다른 사정이 두 가지 존재한다. 

첫째는 광고비의 지불자는 상품 소비자 일반으로서의 '국민'이며, 그 중 광고비의 부담전가가 더 이상 불가능한 '근로대중'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이다. 광고 수용자를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것이 결국 '국민'이고 '근로대중'이기 때문에 광고상품의 사용가치라는 기준은 개개 수용자의 직접적인 쓸모 외에도 국민 전체의 일반적인 쓸모를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둘째는 광고가 공적인 언론의 중요한 일부라는 점이다. 광고는 이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좋은 광고'의 기준은 '공공의 이익'에 기여해야 한다는 공적 책임을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수용자의 입장에서, 나아가 국민의 입장에서 '좋은 광고'의 기준은 무엇인가?  우선, 기본적으로 요청되는 것이 세 가지다. 첫째, 광고는 정직해야 한다. 허위/과장을 비롯해 정직하지 않은 일체의 요소는 수용자를 기만하는 것이다. 둘째, 광고에 깔린 이데올로기가 건전해야 한다. 광고는 지배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속성이 있는데, 이때 그 지배 이데올로기가 건전한 것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만일, 건전치 못한 지배 이데올로기라면, 광고에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 경우, 어렵겠지만 건강한 대항/대안 이데올로기의 활용을 도모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 광고되는 상품 자체가 사회적으로 필요한 것이자 건전한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기준들을 만족시키는 광고라면,  수용자 나아가 국민의 입장에서 '좋은 광고'의 심사대상에 들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위에 정보와 재미와 감동이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광고 읽기"(신태섭;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강사)를 듣고 나서...


- 광고의 역사적인 측면에서부터 그에 대한 이론적 비판문제 등을 잘 정리해주었지만 대학 강의식으로 너무 이론적인 면으로 치우친 것이 아쉽다. 더 나아가 수강자들에게 문제제기까지 해주었으면 한다. 

- 매체 비평에 있어서 책에서 볼 수 있는 문제외에도 그 매체의 특성에 맞게 자료와 실례를 적절히 이용하는 강의방식이 더욱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또한 강의시간이 2시간정도인데 강의내용에 큰 지장이 없다면 중간의 쉬는 시간을 확실히 규정지어서 강사나 수강자 서로에게 강의를 중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 자본주의 사회 구조하에서 광고라는 매체를 어떻게 이해해야 될지 잘 제시해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의 해결의 결론을 단지 광고의 공익성을 주문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실천적 대안제시가 못되고 결국 공허한 외침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 광고에 있어 그 사회적 측면을 감안할 때 광고의 제작자는 물론이고 출연자 또한 그 상품에 대한 책임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소비자는 그 상품자체의 質이나 가격 못지 않게 그 매체의 신뢰성과 공공성이 유발하는 광고의 이미지에 따른 그 상품 판단의 비중이 큰 것이 사실이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광고의 윤리적·이데올로기적 규제가 가능한가의 문제에 대해 회의가 든다.  


 강의 내용은 현재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에 있어서 늘 '광고'라는 장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현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경제시스템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광고는 경제적 문제 뿐만 아니라 대중문화로써의 강력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고 사회전체의 의사소통 구조를 이해함에 있어 그에 대한 분석과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을 광고의 역사와 광고에 대한 비판을 정리함으로써 제시해주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광고에 대한 개괄적인 문제점을 인식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는 있었지만 소비자로써 광고를 대함에 있어서의 올바른 방법이 제시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 실례가 부족한 감은 있었지만 광고가 우리의 생활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