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야기1998. 10. 1. 15:51

조선일보 "광수생각" 다시보기  


강 정 훈

 

"광수생각",,, 작년 이맘때 쯤인가. 군대에서 휴가나왔을 때 '광수생각'얘기를 들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꽤 인기가 있고..노트 같은 팬시물에도 '광수생각'이 캐릭터로 등장한다고 한다. 그런 얘기를 듣고 조선일보의 '광수생각'을 접했다. 일단 들은 얘기가 긍정적인 쪽이어서 그런지 산뜻한 이미지로 기존의 신문만화에 비해 새로운 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기에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내용도 그냥 입으로만 전해지는 우리 생활속의 소리들과 잡담들이 메세지화되어 나는 것이 말그대로 신세대적 감각을 느끼게 했다. 더군다나 다른 신문도 아니고 "조선일보"에 '광수생각'같은 만화가 실리는 것에 대해서 놀라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제대를 하게 되고 거의 매일 '광수생각'을 접하게 되었다. (참고로 우리 집은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을 구독함,,) 


그리고 가끔 TV에 나오는 만화가 같지 않은 만화가 박광수씨를 만날 수 있었다. 만화가하면 이현세, 허영만같이 왠지 예술가적 냄새가 풍기는 사람이 생각나게 마련인데 박광수씨는 왠지 그런 쪽과는 좀 다른 분위기의 만화가처럼 다가왔다. 조선일보에서는 창간기념 특대호에 '광수생각'을 특집으로 다루고 그를 띄우려고도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들리는 말에 의하면 실제로 '광수생각'을 보려고 "조선일보"를 보는 사람도 꽤 있다고 한다. 


여기서 나는 '광수생각'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찾을 수 있었다. 다른 신문이 아닌 가장 보수적이고 수구적이라고 하는 "조선일보"에서 왜 '광수생각'에 지면을 할애하고 있을까?

그 답은 결코 상업성이외의 것일 수는 없었다.


"조선일보"는 '광수생각'을 신문을 많이 팔아먹기 위해서 지면에 싣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보수적이고 수구적인 성격이 명확히 규명되면 될수록 우리나라 신문시장의 성격상 독자층이 감소할 것이기에 조선일보는 그들의 색깔을 애써 숨겨가면서 그들의 상업적 이익과 기득권을 잡고 놓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인물과 사상'의 강준만 교수가 결코 떳떳하지 못한 자신들의 목소리와 지면을 숨기기위해 가끔 진보진영 인사들의 글을 싣는 '조선일보'에 이용당하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내용에 연결되는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광수생각'의 내용 또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신문의 만화는 꼭 시사적인 메시지를 담고있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생각을 달리하지만 무엇을 위한다는 목적성. 즉 주제의식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꼭 무엇을 계몽하고 선동하는 것이 아니라... '광수생각'에는 주제가 없다. 만화 마지막 부분에 '광수생각'이라며 메시지나 결과물을 이끌어내려고 하지만 그것에 주제가 있다면 그것은 허무다. 자주 거론하는 '사랑'이나 '이웃', '나', '주변'등은 말뿐이고 내용에서 보여주는 것은 체념이다. 혹 이 허무가 니체같은 사람의 그것과는 비교는 오래는 하지 말기 바란다. 니체의 허무는 인간의 이상을 향한 의지에서 현실을 비판한 것이지 현실의 외면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솔직히 '광수생각'에는 작가의 한계가 느껴진다.


만화도 엄연한 현실을 나타내는 예술작품이다. 후세의 사람들이 우리 이 시대를 평가할 때 만화도 있다.

'광수생각'은 친숙한 글씨와 그림으로 독자들의 눈을 많이 끌어들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내용은 중학생 수준이상이 되지 못한다. 단지 그것이 거창하지 않기에 부담이 없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광수생각'의 존재를 생각해보았다.


그래도 일정의 장점을 갖고 있기에 '광수생각'이 독자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고 그러면 그 나름대로의 존재의 근거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그것이 "조선일보"와 합작품이라는 데 극복할 수 없는 문제다.


가끔 시내를 나가보면 인기 연예인들이 팬사인회 같은 것을 한다.

자신들의 얼굴알리기를 위해서 그럴 때도 있지만 거의다 어떤 상품이나 회사 등의 홍보를 위해서이다.

그 연예인들은 단지 자신들의 사인만 해준다. 그 상품에 환경유해 물질이 섞여 있는 지 없는 지 전혀 알지 못하고,, 그 회사가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주고 커온 회사인지 아닌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 상품이나 회사의 이미지는 그 연예인에 포장되어 있다.

그 상품이 우량품인지 불량품인지는 자칫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광수생각'이 "조선일보"라는 불량품을 감추고 있는데 이용된다면 그것 자체로 '광수생각'은 대단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광수생각' 또한 그를 이용하여 '광수생각'을 팔아먹고 있다. 

이것이 '광수생각'이 가져다 주는 해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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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