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야기1998. 9. 26. 14:52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서 주최하는 '언론학교'의 강의내용과 26기(98가을) 수강생의 강의평가 (4)


정보화시대 신문 바로읽기


                                                            손석춘 (한겨레신문 문화부 차장)


'신문 바로보기'란 

  요즘 우리는 '언론 바로보기'라는 말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언론이 어떻게 거꾸로 섰길래 바로 보기가 필요한 것인지, 언론을 바로 보는 법이 무엇인가 잘 알지 못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단어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 물론 이것이 언론을 대하면서 느껴온 개인적 불만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국민들이 언론에 대한 문제를 막연하게나마 느끼고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신문을 바로 보려면 

첫째, 신문에 대한 맹신을 버리자

 ① 신문의 기사 자체가 현실은 아니다. 신문은 현실을 반영하고 소식을 전달하는 하나의 매체다.

 ② 신문은 팔기 위해서 만든다는 매체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신문은 팔기 위해서 만들어지며 특히 정치분야는 잘 팔리는 소재이다. 따라서 정치에 관한 기사가 많을 수 밖에 없다. 

 ③ 신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한다.

      △ 정당 정치인과 출입기자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공생관계, 선입견 개입).

      △ 정당과 정치인은 좋은 일이든 나쁜일이든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을 좋아한다.

      △ 기자는 많이 써야 한다.

      △ 기사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 정치인 동정 기사를 많이 만들어 낸다(기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다).

둘째, 신문을 비평하는 관점을 잘 세운다

   아래는 보편적인 신문 비평의 관점들이다. 

   ① 공정성 신문은 공정해야 한다. 굳이 부연할 필요가 없이 신문의 절대적 의무이며 역할이나 현재 우리 언론은 그렇지 못하고 여론을 호도하거나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퍼뜨리기도 한다. 이런 점을 유념해서 봐야 한다.

   ② 민주성 정말 국민 대다수 입장에서, 국민의 이해와 요구를 위해 기사 작성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 민족을 위해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

   ③ 객관성 신문은 객관성과 공평성을 당연한 것으로 내세우지만 교묘히 특정 정파나 계층을 비호, 호도하므로 이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④ 자율성 편집권이 권력과 경영자로부터 독립되어 있고 스스로의 의무,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⑤ 평등성 계층간의 평등, 지역간의 평등, 성별의 평등 등을 정확히 다루고 있는가.

   ⑥ 통일지향성 기사의 내용이 얼마나 통일을 앞당기는데 기여하고 있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⑦ 다양성 모든 신문이 개성이 없이 거의 비슷하고 획일적인 지면을 만들고 있어서 차별화, 특성화를 일구어내지 못하고 있다. 개성을 요구하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개성없는 신문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 할 수 있다. 신문들이 다양성을 살리지 못하는 이유는 관급기사에 의존하는 취재관행, 통신사 기 사에 대한 의존, 신문사간 과열-양적 경쟁에서 밀리면 지고 만다는 위기의식에서 눈요깃거리와 흥미거리에 집착하여 상업주의가 확산된다.

   ⑧ 국제성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의 흐름을 정확히 보도하고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⑨ 인본성 우리나라 신문에서 거의 고려되지 않는 부분으로 개인인권은 기사의 선정성을 위해 무시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셋째, 신문비평 작업에서 효율적인 방법 

   ① 각 신문간의 기사크기, 제목, 논조 비교       ② 비슷한 사안에 대한 소급 비교

   ③ 편집자의 의도를 되묻고 다시 비판한다.      ④ 내가 기자라면, 내가 DESK라면 등의 생각으로 기사를 역추적해 보고, 대안까지 생각해 본다. ⑤ 매체비평의 힘은 토론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토론을 통해 비판의 근거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다.

바로보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신문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첫째, 각 단체에서 신문모니터 팀을 만들어 활성화시키고 그 모임을 바탕으로 연대기구를 조직 건설한다. 둘째, 신문분석 결과를 가지고 대국민 홍보를 한다. 특히 대학언론 학생들의 경우 학보에 신문 비평란을 마련하여 보도하고, 총학생회 차원에서 대자보, 유인물, 불매 스티커를 통해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알린다. 셋째, 다른 단체와 연대하여 매체비평운동을 조직화한다. 이를 통해 단순한 의견 표출 차원이 아닌 왜곡, 편파보도를 하는 언론사와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 등을 벌이는 등 적극적인 시민언론운동에 참여한다.

불공정보도의 유형

언론사 노조에 대한 언론민주화운동이 전개된 이에도 불공정보도는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불공정한보도는 말할 것도 없이 권력, 금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행해진다. 신문모니터를 하고 언론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이런 불공정보도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파악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불공정보도의 여러 유형을 제대로 알아야 불공정보도를 간파하고 그 시정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공정보도의 여러 유형은 다음과 같다.

 ① 묵살 또는 은폐 

 ② 일방적 의제설정 

 ③ 과장과 축소 

 ④ 악의적 왜곡

 ⑤ 양비론 

 ⑥ 기계적 균형 

 ⑦ 허구적 대립 

 ⑧ 미확인 보도 

 ⑨ 현상만의 보도 

 ⑩ 심층보도의 기피 

 ⑪ 보도태도의 이중성 

 ⑫ 편파적 용어 사용 및 편파분석 

 ⑬ 편파적 장면제시 

 ⑭ 제목과 내용의 불일치 

 ⑮ 특정한 구절을 인용한 보도



"정보화시대 신문 바로읽기"(손석춘;한겨레신문 문화부 차장)를 듣고 나서...

 

- 신문을 바로 읽기 우한 가이드 라인으로 '비평의 관점'을 제시한 것은 적절했다고 본다. 그 중에서도 공정성, 민주성, 객관성은 수용자의 입장에서 잃지 말아야 할 기본 덕목이다.

- 특히 편집권의 독립을 재는 척도인 자율성은 우리나라 언론에서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으로 강조된다. 편집권이 사주와 경영자로부터 독립되었고 스스로의 역할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강사는 김대중정권 들어서도 '보도협조'라는 명목으로 정부쪽의 압력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솔직하게 토로하였다. 그 예로 중앙일보가 최근 기업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10판에는 '올하반기 경기 더욱 나빠진다'로 제목을 뽑았다가 50판에는 '내년 경기 밝아질 듯'으로 바꾼 것을 지적하였다. 정보홍보 정책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된다.

- 특히 재벌의 영향력 강화가 광고게제 압력의 형태로 IMF이후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은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증거로 이에 대한 모니터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삼성 등 5대 그룹이 한달간 광고액으로 쓰고 있는 물량은 수백억에 이른다는 것은 한국의 신문이 이들 그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해결책을 정부차원에서 마련해야 할 것이다. 광고수주의 제한을 법적으로 명시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 한겨레 신문의 경우도 광고 의존도가 50%(지대수입과 비교)선을 유지하지만 전체 물량의 20~30%를 이들 재벌그룹에 의존하고 있어 압력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보여진다.

- 결국 언론개혁의 방법론 찾기에서 시민단체의 적극적 참여가 우선시 되어야 할 것으로 다른 단체와 연대해 매체비평 작업을 해나가자는 주장에 공감한다. 

- 신문 경영에 경제적인 여건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구독료 인상문제는 아직 우리나라 국민의 정보에 대한 경제적인 인식 수준이 낮다는 것을 상징한다. 근본적으로 광고료 비율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생산, 판매체계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일각에서 논의된 공동배급제도 생각해볼 만 하다.


 강의 내용은 우리 사회에서 자신들의 부정적 측면을 조금이라도 감추고 긍정적 측면만 앞세우기 위해 언론을 이용하는 기득권 세력들이 결국 자탄에 빠지게 되어 결국 그에 대한 무능과 천민성을 가지게 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근본적 왜곡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신문이 그 왜곡의 정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특히 전체적으로 편하고 쉽게 다가올 수 있었는데 너무 깊이있게 빠지거나 여러 가지로 산만하게 나열되지 않으면서도 '신문의 기사 자체가 현실은 아니다'라는 명제에 충실하고 여러 가지 실례를 들어가며 직접적으로 다가올 수 있게 했다. 기자의 주관개입으로 인한 기사의 오류 가능성 뿐만 아니라 편집을 통한 근본적 왜곡 가능성에 대한 강조로 독자로서의 입장에서가 아닌 신문 제작자의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한 모습이 엿보인다.


 기자들 개인의 주관이 결국에는 그 신문사 조직에 점점 편입·동화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에 대한 진지한 분석과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 문제는 그냥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덮어둘 수만은 없다. 그 논리대로라면 우리가 바란다고 하는 언론개혁은 절대로 이뤄낼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시민단체나 김대중 정권이 언론개혁에 상당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하나 어떤 사회나 조직이라도 그 내부의 비판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그는 제자리를 잡을 수 있는 개혁이 아닌 강제적인 구조조정 수준밖에 이끌어낼 수 없고 결국 그것은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신문사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하는 광고의존도 비율을 줄이기 위해 한겨레신문에서는 그나마 한겨레21, 시네21, 한겨레리빙, 한겨레마을, 여행사 등을 이용하려고 한다는 얘기는 그 자체로서는 이해가 되겠지만 사실 다른 보수언론매체들이 이렇게 영역을 확장시켜나가는 모습은 결코 곱게 보이지 않았다. 그 목적성에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이 보다는 지면 차별화나 신문 배급구조 개선 등 다른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