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외곽이기는 하지만 계속 도시에서만 살아온 나에게는 흙, 농사라는 단어는 느낌 이상으로는 별로 친숙하지 않다. 그나마 2년 2개월동안 군 생활에서 작업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농사와 노가다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김 상사, 변 중사가 시키는 대로만 했을 뿐 내가 뭘 해본 기억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몇년 전부터 주말 농장이라는 걸 해보고 싶었는데 딸램과 어느 정도 소풍을 다닐 수 있는 정도가 되어서 강서구청에서 하는 주말농장에 신청했다. 구민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서 추첨하여 4월부터 11월까지 2만원만 내면 10㎡, 3평을 주말 농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준다.


아무런 지식 없이 무작정 신청해서 김포공항 바로 옆에 있는 과해동 주말농장에 당첨되었다. 첫 개장일은 4월 19일.



사실 이날은 가족 제주도 여행이 계획되어 있던 날. 하지만 개장일에 웬지 빠지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마눌님이 집에서 여행 짐을 싸는 동안 딸램과 후다닥 주말농장을 찾아갔다. 



개장일이라서 간단한 주말 농장 이용법에 대해서 강의하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아무런 대책과 준비 없이 찾았던 나는 일단 구청에서 나눠주는 안내 책자를 챙긴 후, 인근에서 무작정 씨앗을 샀다. 상추를 사고 싶었는데 다 떨어졌단다. 



강서구 주말농장은 2곳이 있는데 나는 올해 새로 준비된 과해동 주말농장. 생각했던 것보다 제법 잘 정돈되어 있었다.



우리 가족의 올해 주말 농장은 225번. 처음 땅을 보니 저렇게 정리되어 있었다. 소똥으로 퇴비로 준비해놓았다고 한다.


씨앗을 사긴 했지만 딸램과 함께 가서 아무런 준비도 못하고 제대로 흙을 다지지도 못하고 장난처럼 조금 쌈채소 씨앗만 뿌리고 왔다.



한쪽은 주차장도 제법 넓게 준비되어 있다. 



5월 1일. 노동절 휴일을 맞이하여 다시 주말농장을 찾았다. 주위 밭들은 모종도 옮겨 심고 제법 푸릇푸릇한데 우리 땅은 황무지. 


경험 삼아 주말 농장 해보자는 차원이니 모종 보다는 씨앗부터 길러보자고 이날은 상추 씨앗을 준비해서 다시 찾았다. 딸램이 차에서 자고 있는 사이 주말농장 사무실에서 삽을 빌려서 나름대로 골을 내고 물도 뿌리고 상추 3종류 씨앗도 뿌렸다. 


씨앗이 1,000원짜리 한 봉지에 3천 씨앗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어떻게 심는지 모를 뿐이고, 3평 공간에 씨앗 수천개를 뿌린 것 같다. 3평 공간에 상추가 우후죽순으로 여기저기 엄청 많이 나던지, 하나도 안나던지 둘중 하나일 듯 싶다.



5월 7일 연휴 마지막 날 다시 주말농장을 찾았다. 지난 4월 19일 딸램이 뿌린 쌈채소 씨앗이 이렇게 자랗다. 설마 자랄까 싶었는데 웬지 신기.



이날은 연휴 동안 집에서 심심해하시는 아버지, 어머니와 딸램은 물론 동생까지 총 출동. 



벌써 5월이 되었는데 흙을 그냥 놀리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이날은 방울토마토, 고추, 상추 조금씩 모종을 사가지고 갔다. 5월 1일에 씨앗을 엄청 뿌리긴 했지만 개의치 않고 중간 땅을 다시 갈아엎고 모종을 심었다. 



나는 준비만 해주고 아버지와 동생을 시켰다. 그래도 아버지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화초 가꾸는 취미가 있으셔서 그런지 재미 들리실 것 같다. 



놀이터나 바닷가에 가서 모래놀이하는 걸 즐겨하는 딸램. 아직 빠르긴 하지만 가족, 딸램과 이런 경험하는 것 자체가 행복.


Posted by 강정훈닷컴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