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기성방송]
주철환(문화방송 TV제작국 예능1팀 프로듀서)님을 만나고 나서...
취재 및 정리 강 정 훈
[주] 지난 (95년) 1월 19일부터 22일까지 3박 4일동안 청주대학교에서 있었던 전국대학방송연합회(추) 주최의 겨울선전학교에서 논의된 사항중에 '대학생의 기성방송출연'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 대학생이 기성방송에 상업적으로 이용된다는 문제와 대학생의 방송출연을 둘러싼 방향성 논의였는데 그 중 중요 표적이된 프로그램이 대담프로도 아니고 코미디프로도 아닌 'TV청년내각'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PD는 잘알다시피 '퀴즈아카데미', '우정의 무대', '일요일 일요일 밤에', '94 MBC대학가요제'등을 연출한 주철환 PD다. 대학생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과 함께 기성방송에 아카데미즘을 도입한다는 찬사를 함께 받는 주철환PD는 본 방송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학방송인이 가장 좋아하는 방송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이 주철환 PD를 지난 2월 8일 문화방송에서 만나보았다.
Q. PD님은 방송에 있어서의 목표 또는 방송관은?
A.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방송이란 프로듀서가 생각한 것, 아름답다고 느낀 것을 잘 포장·정리하고 다듬어서 전파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방송은 시나 소설을 쓰는 작가가 몇몇의 독자들과 통신하는 것과는 다르게 한번 전파를 내보내면 적어도 몇 백만명에서 천만명 단위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누구나에게 무차별적으로 전달된다. 그래서 교육적 배려 및 도덕적 감안을 해야 한다. 방송은 내가 아름답다고 느끼고, 좋다고 생각되는 것을 무조건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공리주의적 방송 즉,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방송제작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러다보면 자칫 두리뭉실해질 수가 있는데 거기서 개성·자기 스타일이 필요하게 된다. 나는 주로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하고 싶고 실제로 그런 프로그램을 한 바 있다.
Q. 그럼 PD님께서 제작한 프로그램들에 대한 평가는?
A. '퀴즈아카데미'와 '94MBC대학가요제'같은 경우는 비교적 성공한 프로라고 할 수 있지만 'TV청년내각'은 실패했다. 그럼 왜 실패했느냐! 프로그램은 준비기간이 길어야 한다. 예로 서울방송의 '모래시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PD의 역량과 작가의 의식뒤에 2년여의 준비기간과 과감한 투자라는 것이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정성과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TV청년내각'같은 경우는 한두달동안 얼렁뚱땅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출연한 대학생들도 그냥 뽑아서 충분한 트레이닝도 거치지 못했다. 그래서 프로그램이 어색하게 되고, 어색하면 재미가 없고, 재미를 억지로 추구하려면 유치하게 되고, 그러면 목표와는 멀어지게 된다. 오늘날의 방송 제작환경에서 충분한 제작기간을 가지기는 어렵다. 특히 내가 담당하는 연예오락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더하다. 'TV청년내각'의 실패는 이런 제작환경 문제와 함께 의미(삶의 메시지)와 재미의 조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나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Q. 대학생들을 상업방송에 이용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A. 일단 대학생은 미성년자가 아니다. 자신들이 주체적으로 판단해서 방송에 참가한다. 첫 번째로 대학생들 자신이 판단해야 할 문제다. 둘째로 대학생이란 분명한 하나의 시청계층이 있다. 그들도 다른 누구나처럼 TV를 이용할 수 있다. TV매체에서 소외되거나 외면해서는 안된다. TV를 끌어안고 자기네들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상업화에 이용된다고 판단된다면 대학생들이 알아서 참여하지 않으면 된다. 대학생들은 자기네들의 뚜렷한 생각을 가지고 방송에 참여해야 한다. 외면하지 말고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동참해야 한다.
Q. 기성언론매체에서 자신들의 상업화 목적에 따라서 대학문화를 선별하여 수용하고, 정작 대학인들의 진정한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왜 그것을 외면당한다고 생각하느냐. 대학생들도 너무 노력을 하지 않는다. 단지 욕만 하는데 그치지 말고 이유가 뭐고 어떻게 해야되는지 방송에 대고 직접 주장해야 한다. 그 방법은 다양하다. 대학가요제를 통해서도 노래로 그 메시지는 세상에 전달할 수 있다. 또 진지한 전문적 토론도 할 수 있는 반면 대학생 중 재치있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재주를 지닌 자가 있다. 이들은 남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여러 방법이 있는데 한쪽으로 쏠리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대학생은 우리 사회에서 분명 힘있는 집단이다. 그들이 주도해서 지금까지 민주화 등 많은 것을 이루어냈다. 방송에 대해서도 기여할 바가 있다. 비난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하나도 없다. 그런 목소리는 전달조차 되지 않는다. 기성방송의 깊숙히 들어가서 직접 담당하는 기득권자들과 만나서 의견을 나누고 건의해야 한다. 정말 괜찮은 기획이라면 외면할 리 없다. 'TV청년내각' 제작에도 대학생들과 수많은 회의를 거쳤지만 결과적으로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대학방송인들도 기성방송인들과의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인들만의 모임이 아니라 같이 얘기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서 발전을 찾아야 한다.
Q. PD님이 생각하시는 대학문화의 올바른 방향성은?
A. 대학문화라면 대학생이 주체가 되는 문화를 말한다. 대학생들도 우리 사회에 대해서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보다 밝은 사회를 위해 비판자적 입장의 대항문화를 가져야 하는데 그 방법에 있어서 일단 사회에 대한 진단을 확실히 해야 한다. 그런데 방법론적인 면에 있어 환자의 입장에 서서 할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대학방송인에게 바라고 싶은 것이 있다면.
A. 대학방송인에게도 의무란 것이 있다. 대학방송은 기성방송이 해내지 못하는 가열찬 실험정신과 참신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서 기성방송에 자극제 역할을 해야 한다. 기성방송에서 하지 못하는 것들을 용기있게 해내길 바란다.
[주] 주철환 PD는 대학방송과 대학인에게 방법론적인 측면을 얘기했다. 아이는 아무리 아픈 병에 걸렸어도 그를 치료하려는 약이 입에 쓰면 뱉어버리고 만다는 비유와 함께 환자의 입장에서 기성사회를 비판해 달라는 주문을 한 것이다. 그리고 헤어질 때 다음에 기회가 주어지면 자신이 기성방송의 기득권자 입장에서 직접 대학방송인들과 만나서 변명아닌 변명이라도 나눠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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