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1999. 4. 20. 16:01

지하철의 노동가요, 준법투쟁 그리고 파업

 

어느 날이었나. 지하철역에서 민중가요 아니 노동가요가 들렸다. 

내가 처음 들었던 노래는 '꽃다지'의 "바위처럼"이었다. 그때의 찌릿한 느낌은 아직도  기억된다. 


나 자신이 열렬한 운동가는 아니었지만 대학 생활을 하면서 그 주변의 문화에 대해 관심은 누구 못지 않게 높았다. 하지만 군생활을 하고 20대중반이라는 현실의 벽에 접하면서 나의 관심사와 시각은 현실의 벽에 갖혀지고 있었다. 그 즈음 들렸던 "바위처럼"이라는 노래에 대한 나의 느낌은 그를 찌릿함과 함께 생소하게 느껴야 했던 부끄러움과 함께 진하게 다가왔다. 그 후 오가는 지하철역의 포스터와 들리는 노동가요 방송을 새롭게 보고 들을 수 있었다. 신문지면에는 지하철의 노동가요 방송을 가지고 논란이 일었다. 모든 시민들이 함께 하는 지하철이라는 교통수단과 방송을 노조원들의 입장을 전파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15일 새벽 4시부터 각 역마다 전동차를 30초간 정차하는  '준법투쟁'에 들어갔고 급기야 어제 19일부터는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대해 지하철 공사측은 정상 운행을 방해하는 불법적인 행위라며 맞서고, 일부 언론에서는 이 같은 지연운행과 파업은 시민불편과 교통혼잡을  야기시킨다며 반대하고 있다.


준법투쟁과 파업의 단계를 거친 상황과 관련해서 나는 다시한번 생각한다. 

준법투쟁... 분명히 법을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건데 왜 그리 호들갑인지.  지하철 운행수칙에 의거하여 정차하고, 규정되어 있는 시간만큼 문 열어놓고 있다가 문 꼬옥 닫고 승객들이 안전하게 탑승했는가 확인까지 철저히 하면서 운행하는 것이 불법이란다. 아니 법에 명시해놓은 이의 사항을 지키는 준법이 불법이란다.


비난하는 논리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회사에 늦고, 학교에 지각하고,,, 시민들의 피해.. 그리고 뒤에 붙는 지하철 노동자는 이기주의자라는 비난. 누가 이기적인지 한 번 생각해 보자.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의 생존권을 걸고 구속수배의 위험을 감소하면서까지 보다 나은 지하철 환경을 위해 싸우는 자들에게 이기적이라고 손가락질 해도 되는 것인가.


회사 1시간 늦고,, 학교에 늦어 선생님에게 야단 맞을까봐..  

누구는 이기적이고 싶어 목숨을 걸고 싸우고,  누구는 1시간 늦을까 그들을 이기적이라 비난하고...

물론 지하철 노동자의 주장이나 행동, 주장방식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하철의 파행(?)운행에 항의하고, 그들의 주장의 정당성을 논의하기 보다는 시민들의 피해만을 역설하는 언론의 논리가 과연 옳은 것인지는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