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야기2000. 2. 29. 13:25

'정치뉴스'는 '정치인뉴스'가 아니다 
 
야은 길재는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듸 업다.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라고 했던가.

하지만 요즘 TV뉴스를 보면 인걸(人傑)만 의구(依舊)하고, 시민은 보이질 않는다.

요즘 정치권의 화두는 공천 명단 발표에 이어진 민주국민당(민국당) 창당인 듯 싶다. 반이회창, 반DJP만을 내세우며 낙천자들이 모여서 만든 신당이 뉴스시간의 하이라이트를 채우고 있다. 그런데 다시한번 생각해보면 민국당 창당이 왜 정치권의 이슈가 되고 있고, 왜 언론에서 민국당의 창당에 그리도 관심이 많은지 의문이 든다. 그리고 거기서 왜 YS얼굴은 또 맨날 봐야 하는가.

이는 언론의 취재 편의주의와 언론의 생리를 아는 정치인들의 쇼에 불과하다. 우리네 언론은 이른바 출입처라는 것이 있다. 주요 관공서나 정당, 단체들에 붙박혀서 그들이 쏟아내는 보도자료들을 잘 가공해서 보도한다. 이번 신당관련 보도 또한 마찬가지로 봐야 한다. 정치 거물들의 동정이 흥미적 요소가 있다보니 그들의 움직임을 출입처로 정해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모습과 말한마디를 쏟아놓는 대로 그대로 전해준다. 지역감정이나 정치인들의 쇼에 언론이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도 이 대목이다.

국민대다수인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영세자영업자, 민주적 지식인, 청년학생의 대변을 자처하는 민주노동당에 관한 소식은 가끔 '간추린 소식'에서나 볼 수 있고, 대권을 잡기 위해서, 금뺏지를 잃지 않기 위해서 졸속적으로 만들어진 정당은 매일매일 뉴스 첫머리를 장식하는 모습을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정치뉴스'는 '정치인들의 뉴스'가 아니다. 날마다 오늘은 누가 YS를 만났다는 소식을 전해주고, YS가 어떤 말을 했다는 것이 지역감정에 기대려는 일부 정치인들에게는 관심일지는 몰라도 정작 시민, 유권자, 시청자에게는 오히려 열만 받게 할 뿐이다.

유권자인 시민들이 유권자 혁명을 기치로 내걸고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은 '오늘 또 선관위와의 싸움에 붙었을까'에만 관심이 있을까? 공천결과나 신당 창당에 시민들의 목소리는 없고 YS의 한마디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TV뉴스는 필요없다.

<2000-02-29 13:25  오마이뉴스에 쓴 글>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