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야기2009. 10. 18. 17:37


지난주 IPTV 콘텐츠와 관련해서 학계, 업계 전문가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사실 IPTV에 대해서 그동안 깊이 관심 갖지 않았은데 얼떨결에 맡게된 업무 때문에 초대받은 자리라 여간 부담스럽지 않았다. 다행히 참석자가 많다는 점을 위안 삼으며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며 찾아 갔다. 역시 걱정했던대로 돌아가면서 한번씩 말하게 되는 순서가 있어서 급히 메모하여 어줍짢게 몇마디 떠들었다. 

IPTV 핵심 콘텐츠 육성을 위한 발전방안은 무엇인가. 결국 현재 IPTV 콘텐츠 서비스는 활성화 되고 있는가? 활성화되려면 무엇이 과제인가에 대한 얘기들이었다. 

여러가지 장밋빛 얘기들도 있지만 자신있게 현재 IPTV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후원과 거대 통신사들의 신규 사업 차원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또하나의 방송 플랫폼 이상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IPTV가 통신사들의 인터넷 망 사업 시장의 번들 상품, 통합 상품화 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집에 인터넷 망을 어느 회사 망으로 깔게 하기 위해 IPTV를 덤핑으로 서비스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반대일 수도 있겠다.

플랫폼을 맡고 있는 서비스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당장 돈 되는 문제인 케이블 채널의 확보가 과제인 모양이다. KBS, MBC, SBS의 지상파 방송을 안정적으로 서비스하고 케이블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PP들을 얼마나 많이 서비스할 수 있느냐에 IPTV의 성패를 좌우하는 키로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나도 집에 IPTV를 이용하고 있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케이블 채널을 포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기는 하다. 특히 스포츠 채널이 없다는 점과 케이블에서는 무료로 볼 수 있는 드라마나 주요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IPTV에서는 유료로 VOD 이용해야 한다는 점은 치명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방송 시장 구도나 이용자들 입장에서 보면 IPTV가 새로운 방송 채널 플랫폼의 확장판에 불과하다면 큰 의미가 없다. IPTV만의 새로운 것이 없는 TV를 보는 또다른 방법에 불과하다면 한계 상황을 보이는 방송 시장을 쪼개서 나눠먹는 그 이상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다. 결국 방송과 통신(보다 구체적으로는 인터넷)의 융합 콘텐츠 서비스가 다양하게 구현되어야 한다. 하지만 IPTV 서비스 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런 서비스 이용률는 5% 수준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IPTV 특화된 융합형 콘텐츠 제작에 지나친 고비용이 수반되는 구조에 대해서 지적했다. IPTV에서 그냥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거나 VOD 형태로 다시보는 방식은 IPTV 서비스 업체에서 인프라를 구성해놓고 채널이나 콘텐츠를 수급받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특수한 기능이 들어가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인터넷 기반의 특성을 담아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어떠한 기능을 제공하려면 별도로 중간에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서 적용시켜야 한다. 웹에서도 특수한 기능을 이용하려면 각종 프로그램들을 설치해야 이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IPTV의 문제는 이 어플리케이션 개발이나 중간에 들어가는 미들웨어, 소프트웨어에 투자되어야 하는 비용이 너무 고비용이라는 것이다. 물론 아직 초기라고 할 수 있고, 고화질, 대용량을 기본으로 하고 방송과 연계되어야 하는 부분 때문인지 웹의 어플리케이션 개발비가 수백, 수천만원 수준의 투자가 필요하다면 IPTV는 기본이 억 단위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조금만 수정되어도 또 수천만원이 필요하다. 더구나 큰 문제는 그 중간 기능의 툴을 IPTV 서비스 업체에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공급하는 업체들에서 직접 개발을 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IPTV 서비스 3사의 기술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각 사별로 따로 개발되어야 한다. KT QOOK TV에서 서비스하기 위해 개발된 소프트웨어가 SK 브로드앤TV나 LG MYTV에 적용시킬 수 없다는 얘기다. 물론 이동통신사들이 주도하는 모바일 시장도 비슷한 구조다. 모바일 게임을 만들면 KT QOOK 서비스용과 SKT, LGT 서비스용이 각각 다르게 변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투자되어야 하는 비용 단위가 0이 한두개 더 붙는 수준이라는 것이 문제다. 

10여년 전에 HTML 로 기본적인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내 개인 홈페이지를 가입한 인터넷 통신망에 따라서 어디는 볼 수 있고, 어디는 볼 수 없고 그런 구조라면 인터넷이 지금처럼 대중화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상용 서비스 1년을 앞두고 있는 IPTV 입장에서는 웹, 모바일, 지상파DMB, 위성DMB, 위성방송, 케이블 등 앞선 디지털 미디어 시장 중에서 어떤 모델을 어떻게 벤치마킹할 것인지 따라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