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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999.05.13 준비된 속편, O양 사건 2탄
미디어 이야기1999. 5. 13. 00:39

"1편보다 재미있는 2편은 없다."는 말이 있다. 나름대로 준비하여 기획한 1편과 그 1편의 인기와 영향을 이어가려는 2편이 그 작품성이나 인기면에서 1편을 능가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2편을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한동안 잠잠하던 A양, O양 사건이 다시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아니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언론들의 O양 사건의 2탄을 열었다.

O양 사건의 2탄의 시발은 기독교계의 국민일보에서 내는 스포츠연예신문인 '스포츠투데이'에서 열었다. 미국에 잠적해 있던 O양 사건의 주인공 오현경씨를 직접 72시간동안 인터뷰한데 성공한 것이다.

지난 7일(이후 4일에 걸쳐서) '스포츠투데이'는 오현경씨와의 인터뷰를 신문 톱기사로 보도했다. 인터뷰에서 오현경씨는 오양의 주인공은 자신이 맞다. 비디오를 합의해서 찍었으면, 헤어질 때 비디오를 뺏었을 것이고, 당시 옷차림은 기억 나는데 비디오를 찍은 기억이 전혀 없다며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또한 그녀의 가족에게 허락도 맡지 않은 채 인터뷰에 응한 비디오주인공의 상대남자인 ㅎ씨를 비난하며, 비디오를 고의로 유출했는지에 대해 관계당국의 재조사를 요청했다. 또한 '단독인터뷰', '5월 귀국'등은 모두 거짓이며 일부 언론들에 대해 법적 대응의 뜻도 밝힌 것이다.

길을 지나다 가판대의 신문을 보면서 'O양 사건에 대해 또 스포츠신문에서 다뤘구나.' 했던 나의 단순한 느낌은 그 날밤 MBC뉴스데스크를 보면서 '재미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스포츠투데이'가 인터뷰를 비디오로 찍어와서 MBC뉴스데스크 시간에 주요 소식으로 보도된 것이다. 그리고 뉴스 시간에 자세한 내용을 자사의 신설 연예정보프로그램인 「MBC 섹션 TV 파워 통신」에서 다시 보여주겠다고 예고까지 했다. 그리고 그 방송이 일요일 오후에 20여분에 걸쳐서 방송되었다. O양 사건의 2탄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사실 2탄이 시작되기 전 언론은 O양 사건으로 인해 비판의 도마위에 올라있었다. 한 여자의 한때의 사랑을 그렇게 무참하게 짓밟아 상업적으로 이용해먹을 수 있냐는 것이다. 그런데 왜  '스포츠투데이'는 꼭 미국까지 쫓아가서 악착같이 인터뷰했으며, MBC는 9시뉴스의 주요뉴스로 장식하고, 주말 오후 6시에 20분동안이나 장식했는가.

'스포츠투데이'. 순복음교회의 국민일보에서 발간하는 스포츠신문이다. 선정주의가 판을 치는 스포츠연예신문 시장에서 종교정신을 바탕으로 건전한 스포츠연예신문을 지향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신문이다. '스포츠투데이'가 오현경씨는 직접 취재하기 위해 내세운 의도는 'O양 사건이 더 이상 연예스캔들이 아니라 사회 문제화되었기 때문이기에'라고 한다. 하지만 '스포츠투데이'가 창간한지 몇 달도 되지 않은 스포츠신문이란 점은 왜그리 집요하게 직접 인터뷰하려고 노력했는지 짐작이 가는 일이다.

「MBC 9시 뉴스데스크」그리고 「색션 TV-파워통신」. MBC 역시 '사회문제화된 사건에 대한 당사자의 인터뷰를 공개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속내는 그리 간단치 않은 것 같다. MBC는 작년말부터 방송법 개정과 관련한 MBC의 위상과 관련해 공영방송의 이미지를 부각하려고 많이 노력하였다. 그것이 제대로 되었느냐는 둘째 문제고 이는 현실적으로 MBC의 자랑이던 드라마와 오락프로그램의 시청률을 SBS에 많이 빼앗기게 되었다. 거기에 기록적인 시청률을 자랑했던 「보고 또보고」가 종영된 이후 후속드라마인 「하나뿐인 당신」이 KBS에 시청률이 뒤지기 시작하면서 「MBC 9시 뉴스데스크」의 시청률 또한 급격히 떨어지게 되었다. MBC로써는 위기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던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O양의 당사자인 오현경씨를 직접 인터뷰한 화면은 MBC의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현실을 가지고 있는 '스포츠투데이'와 MBC의 전략적 제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추측(?)해 볼 수 있는 2탄의 현실적 문제점들은 곧바로 다른 언론의 반격을 받게 된다. O양 사건 2탄이 절정에 올라가는 순간이다. 역시 그 선봉에 있는 언론(?)은 기존 스포츠연예일간지의 3두마차인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과 '일간스포츠'의 모신문인 '한국일보'이다.

이 들의 논리는 대강 앞의 문제점과 상통하지만 역시 특종을 놓친 그들의 논리에 불과한 것 또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지난 3월 13일 '최초인터뷰'란 제목으로 기사를 낸 '스포츠조선'은 자사는 분명히 전화인터뷰를 했다며 '최초'운운하지 말라고 한다. "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다. 오현경에 대한 최근 한 스포츠지의 잘못된 자가발전식 왜곡보도에 관해서다. 한동안 잠잠했던 차에 무려 두달 가까이 지난 후 `최초'가 또 다른 신문에 실렸다. `사건후 최초 본지단독회견'이란 제목을 달고서 말이다. 그렇다면 O양이 두명인가?. 그 신문 수고했다. 그러나 앞으로 지면에 공언한대로 `진실'만을 써주길 바란다." <스포츠조선 5월 11일자 "O양보도 왜곡말라" 이준형기자>

스포츠서울은 그를 방송한 MBC를 뉴스데스크의 대문짝만한 사진과 함께 공격한다.  " MBC 뉴스데스크가 심각한 자가당착에 빠져있다. 공영방송의 간판 뉴스프로그램으로 공정하고 일관성 있는 보도태도를 유지해야 함에도 과거의 보도를 스스로 뒤집고 정당화하는 야누스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사실 음란비디오 보도의 '원조'는 MBC. 지난 97년 '빨간 마후라' 비디오가 시중에 나돌 때 MBC는 뉴스와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이 비디오를 가장 먼저 소개했고 사회문제로 비화시켰다. 그런 MBC가 다른 매체의 보도에 대해서 비난하고 나섰던 것은 누가 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였다. 자기반성없이 좌충우돌하는 'MBC뉴스데스크'의 보도행태가 얼마나 계속될 지 지켜볼 일이다." <스포츠서울 5월 12일자 "'선정주의 앞장' MBC 뉴스데스크" 이평엽기자>

일간스포츠는 사실 더 배가 아플만 하다. 그 이유는 오현경씨의 직접 취재에 성공한 '스포츠투데이'의 기자가 불과 몇 달전(99년초)까지 일간스포츠의 기자로 활동했던 신동립 기자였기 때문이다. 이런 일간스포츠의 모신문인 한국일보는 아예 이를 언론의 광기(狂氣)로 규정해버린다. "언론도 대단하다. 비디오가 화제라는 것을 전하는 것으로 모자라 미국에 숨어있는 사람을 끝까지 추적해 '내가 잘못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방송은 인터뷰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진행자들은 '참 안된 일이지만 잘못했지'라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언론의 광기(狂氣)다. 대중의 천박한 관심을 '국민의 알 권리'로 포장하는 억지다. 관음의 문화와 낡아빠진 성윤리와 언론 때문에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고 있다. 연예인은 공인인가, 아닌가라는 논란을 접어두고라도 이 나라에 도대체 인권이 있는가? 그 많던 페미니스트들은 또 다 어디로 갔는지?" <한국일보 5월 13일자 "'O양'의 인권은?" 김범수 기자>

정말 재미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전까지 신문의 1면 톱을 며칠동안 장식하며 비디오의 장면까지 캡쳐해서 보여주며 분명 O양은 오현경이 맞을 거라며 떠들다가 다른 경쟁신문이 직접 인터뷰에 성공해서 다른 언론의 비윤리성을 탓하니까 그를 다시 끄집어 낸 것이 인권을 유린한 것이라고 욕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들 모두의 말이 틀리다고 할 수 없다. 나름대로 다 옳은 소리다. 그런데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며 보도를 접하는 기분은 내게 비웃음밖에 나오지 않게 만든다.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개인의 명예훼손 등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역할이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인기에 영합하여 인터뷰 기사를 지어내고, 대안 없이 흥미만을 추구한다면, 언론의 순기능을 잃는 우를 범하는 것이며 도색잡지나 다름없이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인터넷과 PC통신 등의 전자매체의 발달은 정보의 홍수를 가져오게 하면서 개인의 기본권 침해 양상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앞으로 제2 제3의 오현경씨와 같은 피해자가 나올지도 모른다.

오현경씨는 언론의 인터뷰를 응함으로써 피해 다니는 소극적 입장에서 다시 자신의 존재를 찾으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봐야 한다. 만일 그녀가 돌아온다면 우리 사회는 그녀에 대해 야유하는 입장을 보여서는 안된다. 우리는 피해자인 그녀가 다시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만 할 것이다.  

"이미 오현경 인터뷰를 놓고 `자녀와 함께 보기에는 지나친 내용'이라는 시청자 항의가 있었다. 소재가 지닌 함정도 만만치 않다. `문제' 연예인의 반론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좋지 않은 소문이나 화제를 다룬다는 걸 뜻한다. 애초부터 선정성을 지닌 소재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전적으로 제작진의 손에 달려 있다."<한겨레신문 5월 12일자 "연예인도 할말 있다." 이성욱 기자>

이번 사건 그리고 그 속편 2탄을 보는 문제점은 결국 방송제작자와 신문편집자의 사리 판단의 중요성과 매체 철학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한다.
  "오양, 니는 죄지은 거 엄따. 오양은 돌아오라 !"<디지털 딴지일보>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