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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25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함께한 20년만의 가족여행 2

발리 양양비치의 일몰

발리 양양비치의 일몰


우리 집 명절은 항상 단촐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부모님 결혼 전에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외아들이라서 설날과 추석 아침 차례는 항상 부모님과 우리 삼형제만 있었다. 이제는 나와 동생이 결혼을 하고, 조카도 태어나서 식구가 불어서 8명으로 불었다.

중간에 형제들이 한명씩 돌아가면서 군대를 가서 자리를 비우기는 했지만 우리 집은 명절날 차례상을 거른 적이 없다. 주변에는 종교적으로나 아니면 다른 이유로 명절 연휴때 차례를 지내지 않거나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지만 우리 식구들은 그럴 생각은 한번도 못했다.

하지만 올해 설날 처음으로 집에서 차례를 지내지 못했다. 외국에서 연수 중인 동생 부부가 우리나라에 들어올 상황이 못되어서 나머지 식구들이 모두 외국으로 가서 만나서 함께 명절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물론 명절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고 어머니 환갑이 있어서 형제들이 모아놓은 돈으로 겸사겸사 시간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 그동안 남 얘기인 줄만 알았던 인도네시아 발리 리조트에서 설 차례를 지내는 일이 우리 가족에게 생긴 것이다. 
 
발리 사파리에서 가족사진

발리 사파리에서 가족사진


이번 여행은 어릴 적 이후로 20여년만에 가족 여행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가족들이 같이가는 여행이나 친척집 방문에 빠지려고 안간힘을 썼던 기억이다. 지금은 내 나이가 30대 중반이니까 가족과 함께한 여행이 대략 20년도 넘었다는 소리다.

부모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20여년전 말썽꾸러기 3형제를 데리고 다니다가 이제 며느리 2명과 손자까지 한명 데리고 함께하는 가족여행인 것이다. 게다가 자식들이 직장인이 되어 돈을 모아서 떠나는 해외여행이다. 우리 가족 입장에서는 정말 감개무량할 수밖에 없다. 나도 1년 정도 전부터 오늘의 여행에 기대하고 들떠 있었던 듯 싶다.

인도네시아 지도

인도네시아 지도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서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으로 17,508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이슬람국가 인도네시아에서도 세계인에게 유명한 관광지가 발리섬이다. 제주도의 3배 크기로 대부분 이슬람을 믿는 인도네시아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발리는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이 많아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발리 지도

발리 지도


특히 발리섬의 남쪽에 관광지가 형성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최고급 호텔과 리조트가 많이 모여있다. 위 지도가 발리섬인데 제일 아랫쪽은 작은 혹 같은 부분이 있는데 그 중간에 공항이 있고 그 아래쪽으로 웬만한 관광단지가 모여있다. 그 안에서도 차로 이동하면 보통 30분~1시간 거리이고, 아래 기준으로 섬의 1/3 되는 곳에 있는 우붓이라는 곳까지 차로 2시간 정도 걸린다.

발리 양양비치에서의 일몰

발리 양양비치에서의 일몰


발리는 바다와 우거진 숲이 어울어진 자연환경과 고급 리조트 단지 덕분에 각종 레포츠도 발전되어 있어서 신혼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지만 해수욕장이나 백사장이 아주 좋거나 유명한 것은 아니다. 얼핏 우리나라 서해안과 크게 다를 바 없어보이기도 하지만 적도선의 일몰이 아주 장관이고 그래서 고급 리조트들이 발달되어 있고 바다에서는 해양레포츠 시설이 잘되어 있다.

발리 노보텔누사두아 리조트

발리 노보텔누사두아 리조트


우리도 바다 자체만 놓고 보면 필리핀의 보라카이가 더 좋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8명의 식구들이 함께할 수 있는 쾌적한 리조트를 찾아서 발리를 찾은 것이나 다름 없다.


발리를 '신들의 섬'이라고들 하는데 물론 신들이 만든 것처럼 환상적인 섬이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곳곳에 사원과 제단이 사람들과 함께하는 말그래도 신들의 섬이었다. 고급 호텔이나 리조트, 식당은 물론이고 골목길의 가판대에까지 간이 제단과 신전을 만들어놓았고 좀 큰 건물의 입구는 모두 또 신들이 야자수를 밟고 다닌다는 믿음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야자수 높이인 30m 이상의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발리 현지가이드

발리 현지가이드


우리 가족만의 반자유, 반패키지 형식으로 일정을 구성했는데 현지 가이드와 예약 대행 등을 발리 전문 여행사인 발리스토리에 의뢰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냥 자유여행으로 할까도 생각했는데 8명이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차량 편이나 식사 해결 문제 때문에 현지 가이드의 협조를 받았다. 발리의 현지 가이드는 한국인이 직접 하지는 못하고 현지인이 한다. 일정 내내 친절하게 우리의 가이드를 맡아준 '수마나'도 우리말을 정말 잘했다. 발리 현지의 한국 교회에서 배웠다고 하는데 KBS 2TV의 '미녀들의 수다'에 나오는 외국인 중에 중간 정도 수준은 되어서 웬만한 말들의 의사소통은 문제 없었다.

간략하게 여행 소개는 이쯤하고 지난 1월 22일 아침에 출발해서 27일 새벽에 도착한 4박 6일간 함께한 여행기를 이제부터 틈나는대로 올려보려고 한다.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