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2016. 8. 10. 22:32

은색 뉴스포티지는 나의 두번째 차다. 


첫번째 차는 군 제대하고 직장생활 초기까지 만 6년 정도 탄 빨간색 라노스였다. 오래 탄 것은 아니었지만 초보때부터 타면서 사고를 몇번 냈더니 5년이 넘어가면서 고장이 많이 났다. 나중에는 안전이 걱정될 정도여서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흰색 코란도가 멋있게 보였고 젊을 때 SUV를 타보고 싶었다. 당시 광고를 많이 하던 새파란 뉴스포티지를 사려고 했지만 원색은 쉽게 질릴 것 같아서 그냥 평범한 은색 뉴스포티지를 샀다. 


뉴스포티지 오너가 된 것은 2004년 11월. 동생 결혼식이 있던 시기다. 뉴스포티지의 첫 임무는 동생 결혼식에 친척들을 예식장과 기차역, 집으로 실어다주는 역할이었다.


그 다음해 여름부터는 1년여 사랑의 오작교 역할도 했다. 강서구 집에서 당시 회사가 있던 여의도까지는 11km 정도밖에 안되었는데 같은 회사를 다니던 마눌님에게 지극정성을 다하기 위해 거의 매일 출퇴근길에 내부순환로를 타고 성북구까지 달렸던 것도 이 차였다. 마눌님과 결혼까지 골인할 수 있었던 과정에 뉴스포티지 덕도 빼놓을 수 없다.  



딸램이 태어나고 첫 세상 밖으로 나올때 산후조리원으로 실어준 차도 뉴스포티지다. 운전석에 앉아 백밀러로 뒷자리 카시트에 잘 있는지 힐끗힐끗 쳐다보며 딸램과 눈을 맞추는 재미도 많이 주었다. 



딸램이 차 타는 것을 지겨워할까봐 항상 동요 CD 음악을 틀어줬다. 카시트에 앉아서 옹알대던 딸램은 동요 음악을 듣더니, 어느 때부터인가 따라부르고, 어린이집, 유치원으로 실어다주면서 커가는 모습을 함께 했다.



만 12년동안 16만여 km를 달리며 큰 사고 없이 나와 우리 가족과 함께 했던 그런 은색 뉴스포티지를 이제 떠나보냈다.



비록 광도 제대로 안내고, 잔스크래치나 오일 관리도 안해줬지만 외관은 사실 멀쩡하다.



아기를 안아서 차에 태우고 내리기에 SUV가 더 편하다. 하지만 이제 혼자 타고 내리는 연습을 해야할 6살 짜리 딸램에게 SUV는 뒷좌석 의자는 너무 높다. 



그리고 자동차 하부 부식이 너무 심하다. 좀더 타고 다녔다면 사고가 나도 할말이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중고차 매매점을 하는 아는 형님에게 차를 맡겼지만 결국 중고차로 새로 태어나지도 못하고



폐차를 하게 되었다. 정말 안녕인 것이다. 



그리고 2016년 7월 19일. 우리 집에 새로운 식구가 들어왔다. 함께하는 동안 사고 없이 우리 가족에게 안전과 행복을 지켜주길 바란다.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