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캐리비언 보이저호 Royal Caribbean Voyager of the Seas를 타고 지중해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여러가지로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평생 해보기 쉽지 않은 지중해 크루즈 여행의 기회를 그냥 놓칠 수는 없었다. 작년 봄에 3박 4일 동안 동남아 크루즈 여행을 한 후에 내가 언제 다시 크루즈 여행을 할 기회가 있을까 싶었는데 만 1년후에 열흘간의 지중해 크루즈 여행을 경험한 것이다. 

로얄캐리비언 크루즈 보이저호는 138,000톤급으로 총탑승객 3,114명, 총승무원 1,181명이 탈 수 있다. 이번 여행 중에 그중 한국인이 달랑 2명이었다. 나와 와이프. 길이가 311m, 너비는 48m, 내부는 14층까지 있는 말그대로 초호화 유람선이다. 작년 동남아 크루즈 여행때 탔던 슈퍼스타 버고호가 동남아 최대 규모였는게 76,800톤이었으니 그보다 2배에 이르는 규모다.

사진만도 정말 수천장. 지난번 오사카 다녀온 여행후기도 마무리 못했는데 나는 도저히 정리할 엄두가 안나서 포기한다. 자세한 여행기는 나와 함께 여행을 한 '이기적인 여자의 이기적인 세상'에 차근차근 올라오고 있으니 그것으로 대신하고 나는 하이라이트만 한번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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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항     
5.31 지중해 항해  
6.1  이탈리아 나폴리    
6.2  이탈리아 치비타베키아 (로마 인근)  
6.3  이탈리아 리보노 (피렌체, 피사 인근)     
6.4  프랑스 빌레프렌쉬 (니스, 칸느, 모나코 인근)   
6.4  프랑스 마르세유   
6.5  스페인 바르셀로나 도착 



크루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항구에서 출발하는데 우리는 싱가포르에 하루 스톱오버 하는 일정이다. 5월 30일 금요일 저녁 퇴근하자마자 인천으로 달려가서 싱가포르로 향했다. 


싱가포르항공의 스톱오버 프로그램은 정말 환상이었다. 1달러만 추가로 내며 호텔 1박은 물론 현지 주요 지점을 연결하는 교통편, 주요 관광지 입장티켓까지 제공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기본은 3성급 정도의 호텔인데 호텔 레벨에 따라서 요금이 조금 달라지는 정도다. 나는 1달러만 내는 기본 프로그램으로 호텔을 이용했는데 홍콩이나 일본의 웬만한 비즈니스 호텔보다 나은 수준이었다. 물론 인천에서 6시간 가량 싱가포르로 가서 다시 12시간 가량 걸리는 바르셀로나로 가는 일정이기 때문에 소모적인 요소는 있으나 일정만 괜찮으면 싱가포르 여행 삼아도 될 것 같다.


싱가포르는 홍콩가면 꼭 챙겨먹었던 비첸향 육포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싱가포르의 차이나타운에 가서 카야 토스트와 싱가포르 커피를 맛보고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에스플러네이드 1층에 있는 노사인보드 레스토랑에서의 칠리크랩은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딱 맞았다. 계산할때 물수건까지 숫자대로 꼬박꼬박 챙겨받기에 헉~하기는 했지만...


센토사섬에서 타이거타워도 올라가봤다. 이것도 싱가포르항공 스톱오버 프로그램에서 제공된 무료 티켓을 이용했다.


에스플러네이드 건너편의 머라이언파크 주변 모습이다.


싱가포르항공은 기내 서비스도 최고였다. 특히 멀티미디어 시스템이 모두 되어 있는데 한국 영화도 몇편이나 있었고, 놀러와, 무한도전 TV 프로그램, 또 외화 몇편은 더빙까지 되어 있었다. 


오전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했지만 크루즈를 타기까지 여유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지하철을 타고 바르셀로나의 상징인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라아 대성당 Templo Expiatorio de la Sagrada Familia에 잠시 인사하는 것을 빼먹을 수는 없지. 입구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줄 서 있었는데 우리는 입구에서 기념 사진과 잠시의 휴식만 한 채 크루즈 항구로 향했다.
  

크루즈를 탈때는 객실도 중요하다. 객실에 따라 요금이 천차만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창문도 없는 곳도 있고 스위트룸도 있다. 이번 객실은 발코니룸, 말그대로 바다쪽으로 발코니가 딸려 있는 곳이다. 웬만한 비즈니스 호텔급 객실 수준이다. 


매일 저녁 식사는 지정된 테이블에서 정찬이 제공된다. 3,4,5층이 연결된 곳이었는데 우리 테이블은 3층의 왼쪽 끝 부분이었다. 


6명이 앉는 테이블이었는데 매일 저녁 식사를 정해진 6명이 정해진 웨이터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식사를 하는 것이다. 마지막날 저녁에 일행 중 1명이 생일이어서 웨이터들이 와서 노래를 불러주고 있는 장면이다. 앞의 빈 자리는 사진을 찍고 있는 내 자리.  영국에서온 2 커플과 함께 식사를 했다. 하루이틀은 알아듣지도 못하도록 자기들끼리 떠들더니 둘째날 후반부터는 가끔씩 알아듣게 말을 천천히 해가면서 조금씩 말도 붙여주고 배려해주어서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크루즈의 백미는 배 위 수영장과 지중해 바닷바람을 맞으며 뜨거운 태양을 즐기는 선택의 모습이지 않나 싶다.


스페인 현지 시간 5월 31일 일요일 오후에 로열캐리비언크루즈 보이저호를 탔는데 월요일은 기항하지 않고 내내 항해를 해서 크루즈를 만끽하며 지냈다. 재즈파티도 열리고, 특히 보이저호는 1999년 당시 최초로 크루즈에 아이스링크도 갖춰져서 아이스쇼도 펼쳐지고 있다.


6월 2일 화요일, 첫번째 기항지는 이탈리아 나폴리다. 세계 3대 미항이라는 바로 그곳. 항구에서 바라본 나폴리 시내. 

이태리 카프리섬

나폴리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카프리섬으로 향했다. 나폴리에서 페리를 타고 40~50분 거리에 있다. 파스텔톤 하얀색의 건물들이 코발트빛 푸른 지중해 바다와 어울려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정말 사진으로 그 아름다움을 모두 표현하지 못하는게 아쉬울 뿐이다.


카프리섬의 제일 높은 곳은 몬테 솔라로 Monte Solaro 라는 산 정상인데 1인용 체어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어서 오르내릴 수 있다. 바람이 불면 좀 기우뚱하기도 하고 약간 겁도 나고 산, 바다 바람에 춥기 까지 하지만 사진에서 보다시피 올라가고 내려가면서 보는 카프리섬과 지중해의 풍경은 감탄 그 자체다.


피자의 원조 나폴리에 왔으니 나폴리 피자를 먹어봐야지. 

우리가 찾은 Brandi 라는 곳은 마르게리따 피자의 원조로 유명하다. 1889년에 사보이의 여왕 마르게리타(Margherita)가 나폴리를 방문했을 때 당시 최고의 요리사였던 돈 라파엘 에스폰트가 여왕을 위해 만든 피자가 이 마르게리타 피자라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피자반죽 위에 토마토·바질·모차렐라치즈로 토핑하여 만드는 피자를 마르게리타 피자 margherita pizza라고 하게 되었다. 직접 먹어본 맛이 어땠냐고 묻는다면 직접 가서 먹어보라고 전하고 싶다. 재료가 다르지 않을진데 한국에서 먹던 피자와 확실히 다르다. 

6월 3일 수요일 새벽 도착한 곳은 이탈리아의 치비타베키아 Civitavecchia이다. 이곳에서 기차로 45분 정도 가면 로마가 있는 곳이다. 서울-인천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로마는 2번째다. 신혼여행때 와서 발품을 팔았던 기억이 난다. 트레비 분수 Fontana di Trevi도 그 곳 중 하나다.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한번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오고 두번 던지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얘기가 있는데 정말 우리는 로마에 다시 오게 되었다. 


로마의 또다른 상징 스페인 광장 Piazza di Spagna.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헵번이 깡총깡총 뛰어다녔다던 바로 그곳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계단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6월 4일 목요일 새벽에는 이탈리아 리보르노 Livorno라는 항구도시에 도착했다. 이곳은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피사 Pisa와 피렌체 Firenze가 1시간 이내에 있다.



먼저 찾은 곳은 피사의 사탑. 주변에 다른 것은 별로 없고 성당과 피사의 사탑만 있어서 1~2시간 정도면 관광하는데 부족하지 않다.


피렌체는 르네상스 문화의 발현지다. 피렌체 Firenze를 영어로 Florence라고 하더라. 피렌체의 상징 두오모 산타마리아 델피오레 대성당 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은 브루넬레스키가 설계했는데, 착공한 후 150년이 지난 1446년에 완공되었다.


내가 이번 여행 중 제일 감명 깊었던 장면 중 하나가 피렌체 두오모 위에서 본 피렌체 전경이 아닐까 한다. 붉은 빛의 기와가 도시 사방으로 펼쳐져 있는 모습이 신비함마저 느끼게 만들었다. 서울의 회색빛 성냥갑 아파트들이 대비되어 떠올려져 있다. 서울도 오래된 도시라고 하지만 서울에서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은 몇 유적지 밖에 없지 않는가. 수많은 전쟁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위안할 뿐...

6월 5일 금요일 새벽에 도착한 곳은 프랑스 빌프랑쉐 Villefranche라는 항구 마을. 이곳에서 기차로 남쪽 9분 거리에 니스가 있고, 니스에서 남쪽으로 20여분 거리에 칸느가 있고, 니스에서 북쪽으로 30분 거리에는 모나코왕국이 있다. 


칸느 Cannes 는 무엇보다 칸느 영화제로 유명하다. 매년 영화제에 수많은 영화 스타들이 저 길에 깔려 있을 레드카펫을 걸어서 올라가고는 한다. 이곳은 영화제 말고 MIPTV, 칸느광고제 등 많은 세계적인 행사들이 열리는 곳이다.


칸느 해변에는 종려나무 거리가 유명하다. 그래서 칸느 영화제의 대상을 황금종려상이라고 한다.


모나코 Monaco는 바티칸시티와 함께 세계에서 제일 작은 나라들 중 하나이다. 웬지 나라 이름의 느낌부터 색다른 느낌을 주는 나라다. 모나코하면 카지노, 그레이스켈리, 노래 모나코, F1 그랑프리 경주 그리고 최근에 축구선수 박주영의 소속팀이 AS모나코라는 것도 기억난다. 독립국이지만 국방권과 외교권은 프랑스가 가지며, 공작 임명권도 프랑스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매일 오전 11시 55분에 모나코 왕궁(Palais du Prince) 앞에서는 근위병 교대식이 이뤄지는데 시간 맞추려고 한참을 뛰었다.


모나코 왕궁 언덕에서 바라본 모나코 항구 모습이다. 사실상 모나코의 전경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모나코는 4구역으로 나뉘는데 U자형 항구 기준으로 멀리 보이는 쪽이 카지노가 있는 몬테카를로 Monte-Carlo 다. 몬테카를로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거지역이라고 한다.


몬테카를로 카지노 Casino de Monte Carlo 입구다. 마카오나 라스베가스보다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이 더했다. 특히 바로 앞에 페라리 같은 정말 말로만 듣던 최고급 승용차들이 서 있는게 눈에 띄었다. 관광객들이 그 차와 사진을 찍기도 했다. 나도...


말로만 듣던 프랑스 니스 Nice 해변이다. 3.5km의 길고 아름다운 비치로 유명하다. 칸느, 모나코 보다 확실히 해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백사장이 아니라 굵은 자갈, 아니 거의 주먹 반만한 돌맹이 밭이어서 보기에는 멋있지만 꼭 신발을 신고 다녀야 한다. 나도 잠시 신발 벗고 물에 발을 담그러 갔다가 발바닥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 니스해변은 누드비치로도 유명한데 내가 본 곳이 누드비치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훌러덩 벗은 여인네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니스 기차역에서 해변까지는 걸어서 15-20분 정도 걸리는 거리밖에 안되는데 지중해 많은 도시가 그러하듯 도시가 참 이뻤다. 또 쇼핑 거리도 잘 정돈되어 있어서 그냥 한적한 휴양 도시가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북적이며 생동감이 넘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6월 6일 토요일 아침 도착한 곳은 프랑스 제 3의 도시 마르세유 Marseilles. 


프랑스 제 3의 도시답게 시내는 많은 사람들로 번화하다.


마르세유 한쪽에 보면 언덕 같은 곳 위에 높게 성당이 하나 보이는 데 '노트르담 드 가르드'다. 이곳에 올라오면 마르세유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연히 만난 독일인 관광객과 마르세유 구항구 방향의 시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노트르담 드 가르드에서는 멀리 섬이 보이는데 저 섬 중에서 가운데 작게 있는 섬이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무대인 이프섬이라는 곳이다.


6월 6일 토요일 오후 5시 마르세유를 출발해서 6월 7일 아침 7시, 다시 스페인 바르셀로나 항구에 도착해서 긴 여정의 지중해 크루즈 여행을 마쳤다.
 
비행기가 오전 10시반에 출발하는 여정이라서 곧바로 공항으로 이동해서 싱가포르를 거쳐서 인천에 도착한게 한국 시간 6월 8일(월) 오후 4시반이었다. 바르셀로나와 싱가포르를 여행하는 항공편은 중간에 이탈리아 밀라노에 1시간 정도 머무른다. 게다가 싱가포르에서 3시간 정도 스톱오버 시간이 있기는 했지만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해서 꼬박 23시간 정도 걸려서 인천에 도착한 셈이다.

이번 여행은 쇼크루즈 후원으로 다녀왔다. 아니 사실 나는 '직장인의 휴가내서 떠나는 여행~ 고고씽!'이라는 네이버 여행 부문 Top 오픈캐스트를 운영중이고 '이기적인 여자의 이기적인 세상'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와이프로거로 이름까지 날리고 있는 와이프 덕분에 평생 잊지 못할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이런 여행 후에 refresh 되는 느낌이 아니라 세상은 정말 넓다는 것을 느끼면서 나의 부족함과 왜소함, 현실의 답답함이 더하다는 것을 그저 숨길 수만은 없다.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