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일요일밤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0.03.09 애들이 오락프로그램에 나온 까닭
미디어 이야기2000. 3. 9. 15:17
'순수'를 가장한 시청률 높이기 작전 

요즘 들어서 TV의 오락프로그램에 아기나 어린이들이 자주 보인다.

인기가 곤두박질치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살려준 게 'GOD의 육아일기'고, 불분명한 색깔로 비판을 받던 <전파견문록>이 들고 나온 카드도 아이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며 아이들과 퀴즈대결을 벌이는 '퀴즈 순수의 시대'와 '행복의 나라', '퀴즈 회전목마'다. 그리고 다른 시트콤에서도 어린이는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오락프로그램 그것도 주말 저녁시간대에 왜 아기나 어린이들이 자주 나올까? 아기가 TV를 볼 일도 만무하고 그 시간대의 프로그램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겉으로 내걸고 있는 이유는 어린이의 순진함을 사회에 전파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그 대답은 그 프로그램에서 아기와 어린이가 어떻게 비춰지는 지를 보면 드러난다.

아기나 어린이에 대한 어른들의 태도는 따뜻하며 악의를 품는 사람이 없다. 가정의 행복을 중시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린이는 행복의 상징이고 고달픈 직장 생활의 현대인들에게 아기는 순수와 편안함의 상징이다. 아기나 어린이는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 저질이라며 비판받고 인기도 떨어지던 일부 오락 프로그램들이 그 아기와 어린이를 웃음의 소재로 이용하고 있다. 그 프로그램 속에서 아기와 어린이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전제가 된다. 어른과 비교되어지면서 가끔 어른들에 버금가거나 뛰어난 능력을 보이면 그는 칭찬의 대상이 아니라 웃음거리가 된다. 그것은 분명 천진무구함이나 순수와는 차이가 있다. 물론 그 웃음이 비웃음은 아니지만 그 속에서 아기와 어린이는 한 인간이 아니다. 동물원의 철조망에 갖힌 행동 하나하나가 웃음거리가 되는 원숭이와 무엇이 다른가.

광고이론에 '3B'라는 게 있다. 미녀(beauty), 아기(baby), 귀여운 동물(beast)을 가리키는 말로, 이 3가지 요소를 이용한 광고는 주목률이나 열독률이 높기 때문에 광고를 만들 때 3B를 고려하면 실패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는 광고 뿐만 아니라 TV에서도 그 이론이 적용되고 있다.

오락프로그램의 아기와 어린이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 아기와 어린이는 천진무구한 순수함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순수를 앞세운 시청률 높이기 작전의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모습이다.

<2000-03-09 15:17 오마이뉴스에 쓴 글>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