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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998.10.29 "한국 영화의 현실과 전망"을 듣고 나서...
문화 이야기/영화1998. 10. 29. 15:14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서 주최하는 '언론학교'의 강의내용과 26기(98가을) 수강생의 강의평가 (12)



"한국 영화의 현실과 전망"(정성일;영화평론가/'KINO'편집부장)을 듣고 나서...

 

영화는 종합예술인가, 자본주의 시대 문화상품이상의 다른 것이 아닌가.


 내심 은근히 바랬던 자본주의에서 단순한 상품이상의 모습을 영화의 본질이라 믿고 싶었던 나는 결국 강의의 첫 번째 결론에서부터 깨져버리고 만다. 그 물음에 대해 2가지 모두에 정답을 표시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정답은 후자이고 그의 예술성은 부차적인 것에 다름 아니었다.


 강의는 위 제목처럼 한국영화에 대한 것보다는 영화의 탄생으로부터 역사적 맥락과 더불어 문제시될 수 있는 여러 테제들을 예술과 영화의 관계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실례를 들어가며 7시간에 가깝게 정리해나갔다.


 강사는 세가지 주제로 강의를 이끌어낸다. 먼저, 영화는 그 시작에서 상품자본이상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 하나의 과학적 발명품인 영화는 그림, 사진으로부터 발전되어 탄생되기까지 역사적으로 정치적·자본주의적 필요성에 의해서 만들어진 하나의 상품자본으로부터 출발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영화결정에는 '테크놀로지'가 그 質을 결정한다는 것. 기술의 발달과 그로 인한 뉴미디어의 탄생은 결국 영화의 질에 기술력의 비중을 절대적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세 번째, 산업으로서의 영화는 그 잉여가치를 배급이라는 구조를 통해 창출하는 기계복제시대의 예술이라는 것. 영화의 폭넓은 필요조건들은 자본가들에 의해 그 역사가 시작될 수밖에 없었으며 그 이후 전문적 영역과 발달된 산업의 자본주의 경쟁사회는 각 역할의 분화를 요구하게 되었고, 채플린처럼 1인이 감독부터 주연배우에서 각본, 음악등 다역을 맡았던 영화인은 프로듀서와 제작자의 분화, 그리고 극장주, 배급업자 등의 새로운 구성원들이 실질적으로 영화를 지배하게 된다. 지금은 자본의 유통과정을 맡고 있는 배급이 지배하는 기계복제의 예술로써의 영화시대라는 것이다.


 강의의 하이라이트는 히치콕의 영화 '싸이코'를 감상하며 강사가 직접 장면장면을 해석해주는 순서. 히치콕이 작품속에 깔아놓은 치밀한 용의주도함에도 감탄되었지만 영화평론가인 강사의 분석력에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그 영화를 1~2번 본적이 있었지만 영화에 무지한 나의 눈에 그런 작가성은 보이지 않았었다. 결국 그런 용의주도함의 의지를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을 때 그 작품이 예술로 내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강의가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내게 그런 충격의 계기를 만들어준 것이다. 결국 내게도 영화는 강사가 말한대로 '시선'의 문제였다.


 일본 영화의 개방과 관련하여 그에 대한 걱정은 곧 우리 영화의 현실과 연결되어 해석되었다. 나는 일본영화의 작품성은 어느 정도 인정했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걱정하는 시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일본 영화 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의 개방에 자신감을 가졌었다. 하지만 그 자신감인지 기대감인지가 그냥 허물어지고 말았다. 우리가 지금 개방하는 것은 일본 대중문화가 아니라 그 시장인 것이고 대중문화는 이미 우리의 눈 속에 머리 속에 깔려져 있다는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을 잊어버렸던 것이다. 아니 강사의 말대로 지금까지 일본 대중문화를 베껴 우리에게 보여줬던 대중문화를 실제로 보게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강사는 우리에게 3가지 부탁을 결론으로 대신한다. 먼저 한국영화를 보지 말고 좋은 영화를 보자는 주문이다. 투자한다고 무조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문화가 없는데 돈만 쏟아 부으면 그 돈은 결국 장사꾼들의 배만 불리게 된다. 오히려 그 돈은 문화의 기초를 세우는데 써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영화를 많이 보지 말자고 한다. 다양한 문화의 습득이 중요한 것이지 영화에 시간을 집중하는 것이 진정 영화와 문화를 위함인 것이 아니다. 차라리 좋은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것이 낫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모여서 관계함을 강조한다. 영화를 진정 상품자본으로서만이 아니라 예술 작품으로서 우리 정서함양의 문화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토대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관계하면 이슈가 있을 때 연대하여 틀린 것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영화 뿐만 아니라 이 사회가 조금이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개혁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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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