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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이야기2000. 9. 3. 22:50
서태지 뮤직비디오 현장에 기자 몰래카메라 소동

96년에 서태지가 은퇴를 발표하면서 한 말이 있다. "...음악인의 권리찾기에 싸워온 저희의... 음악인들이 순수하게 음악만을 고집할 수 있는 문화풍토를 조성해주실 것을 당부합니다"

무슨 소리냐. 언론이 서태지를 하도 들들 볶아서 도저히 이 땅에서는 못살겠다는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자유롭게 하면서 살고 싶은데 그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2000년. 서태지가 왔다. 언론 보도를 보자.

"서태지가 왔다." '''우우우~~~~''' (기자들이 서태지 카메라에 담으려 뛰어가는 소리, 아! 이 때 기자들에게 '포토라인'이란 없으며 뒤에서 팬들이 "태지 안 보여"라고 외쳐도 저희들 카메라에 담아서 특종이랍시고 저희들 신문, 방송에 내면 그뿐이다)

그런데 서태지가 잘 안보인다. 사진 한장 찍을 시간도 안준다. 카메라보면서 한번 웃기라도 해주면 좋겠는데, 한마디라도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옆에서 건장한 체격의 경호원들이 둘러싸고 있을 뿐. 기자들의 인터뷰에 응해주지 않는다.

큰일났다. 내일 아침 신문, 오늘 저녁 방송연예 정보프로그램 1면에 내야 하는데, 그래서 구독률 올리고 시청률 올려야 하는데, 서태지는 이미 한 개인이 아니라 대중적인 스타인데, 일반 대중들은 서태지에 대해서 알 권리가 있어서 서태지를 사람들한테 알리는 것이 당연한데, 서태지는 자기를 안 보여준다.

답답하다. 제대로 된 사진 한장이라도 찍어야 하는데, 서태지가 지금 무얼하고 있는지 기사를 써야 하는데, 특종감인데... 무슨 신비주의 전략이냐. 내일 아침 신문, 오늘 저녁 방송에 내야 하는데...

일간스포츠 기자가 서태지 뮤직비디오 촬영현장에 몰래 숨어들어서 사진 찍으려다가 걸렸다고 한다.

일간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9월 2일 강화도에 소재한 R.O.K 촬영소(김포시 통진면 옹정리)에서 서태지의 뮤직 비디오 촬영이 극비리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취재를 나간 본지 기자 2명이 1시간 가량 스튜디오 내부에서 감금되고 카메라와 필름을 강탈당하는 등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했다"고 한다.

양승호 기자의 이 기사의 제목은

"기자억류·폭력부른 서태지 '신비주의'"
""기억도 지워버리겠다" 위협 카메라 뺏고 필름강탈 '횡포'"
"기자의 취재권과 독자의 알 권리를 훼손한 건으로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연 그럴까요? 그렇게 하라고 기자의 취재권이 주어졌던가요? 독자들이 서태지 뮤직비디오 촬영현장에 몰래 숨어들어서 사진찍어 오라고 했습니까? 거기에 왜 독자의 알권리가 어쩌고 저쩌고 갖다가 붙이냐구요.

이제 또 뭐라고 하겠지요? "서태지 거품이다" "서태지 생각보다 별로다"

우리 서태지 음악 좀 들어봅시다. 기자 여러분.

<2000-09-03 22:50 오마이뉴스에 쓴 글>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