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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24 이명박 정권의 노골적인 방송 장악 시도 1
미디어 이야기2008. 1. 24. 11:07

한나라당 몫으로 국회에서 추천된 김우룡 방송위원(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가 어제(23일) 경향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시대가 바뀌었으면 정무직은 물러나거나 재신임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장관급 정무직인 방송위원장이 알아서 거취를 표명하는 게 합당하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조창현 방송위원장한테 빨리 사표내라는 소리죠.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해서는 이제 대놓고 협박성입니다. "KBS는 '탄핵방송' 이후 공영방송으로서 시대적 사명을 저버렸기 때문에 편파방송의 책임자인 정연주 사장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정사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변화를 가늠할 수 없는, 판을 뒤엎는 초강수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답니다.

김우룡 교수가 말하는 '시대적 사명' 무엇일까요? '탄핵방송'과 공영방송을 연결시키는게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한나라당쪽 사람들한테는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시킬때 그것을 TV로 그대로 생중계해준 것이 두고두고 한이 된 모양입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정권을 잡았으니 판을 뒤엎느니 마느니 하면서 권력의 칼을 휘두르고 싶어 근질거리나 봅니다. 이런 말을 대놓고 함부러 할 수 있는 시대가 다시 왔다는 사실이 서글플 따름입니다.

더불어 차기 KBS 사장에 대한 기준까지 제시합니다. "KBS 사장은 과거 KBS 출신보다 정치적 인물이 많아서 문제가 많았다. 차기 사장은 언론계 유경험자, 사회 지도급 인사, 방송에 몸담고 있는 책임성이 강한 사람이 맡는 게 적절하다", "특정 대선캠프에 몸담았던 사람은 사장을 해도 특정 정파를 대변한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어 부적절하다. 이명박 캠프에 가담한 김인규 전 KBS이사 등도 부적절하다"고 했다고 합니다. 김우룡 교수가 방송위원장이나 KBS 사장 자리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수 있을 만한 파워를 가지고 있는 분인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들지만, 어찌되었건 MBC 사장에 도전할지도 모른다는 분의 방송관이 걱정되고, 뒤에서 벌어지고 있을 한자리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의 모습이 훤히 보이는게 사실입니다.

사실 KBS 사장은 그동안 외부에서, 특히 신문쪽 인사가 사장을 맡았던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KBS 내부적으로도 KBS 출신 사장에 대한 욕구가 높은 게 사실이고, 정권 차원에서도 조직 장악을 위해서 KBS 출신을 거론하고 있나봅니다. 정연주 사장이 임기를 채우려고 버틸거라느니,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사장은 물론 KBS 체제를 바꿀거라느니, KBS 수신료를 올려주는 대신에 정연주 사장에 사퇴를 요청할거라느니 여러 말이 많습니다. 시기적으로도 MBC 사장 교체나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하는 2월일수도 있고, 총선 이후인 4~5월, 법 개정 작업이 실현되려면 가을까지 갈 수도 있다고도 하고 말그대로 설설설이 판치고 있습니다.

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23일) KBS 방송프로그램을 비판했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단과 여의도에서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우연히 KBS를 틀었더니... 한 여성이 인터뷰를 하면서 '(바람 피운) 남자가 남편보다 못 생겼지만 왠지 새로운 기분이 있어서…'라고 말하더라. 이런 내용이 어떻게 버젓이 공영방송에서 나올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는 것입니다.

아침 방송에서 그런 내용을 방송했다면 그것은 모니터 차원으로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할말 없어서 TV 봤다고 그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겠죠. 그들의 정연주 사장과 KBS에 대한 편견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것만큼이나 맹목적인 것 같습니다.

제 눈에는 지난 5년동안 보수언론과 한나라당 수구세력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이지매 만큼이나 정연주 사장의 KBS에 대한 이지매도 정말 골때리게 보입니다. 아무 논리적 근거없이 자신들에 조금만 불리하다 싶으면 트집잡아서 불공정, 거기에 공영방송이라는 말까지 거들먹거리면서 매도합니다. 거기에 방송제작환경 변화까지 맞물려 많은 예산이 투입되니 경영상황도 안좋고, 직원들은 조직개혁을 온몸으로 거부하면서 조직장악은 안되고... 정연주 사장도 참 재수없고, 타이밍이 안좋을때 사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되었건 올해 방송환경은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가 있을 것이고, IPTV등 통신계열의 방송통신 융합 시장 장악 시도도 이어질 것이고, 또 어떤 새로운 플랫폼이 나와서 매체환경을 흔들지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 도로아미타불일 것 같기도 합니다. 몇년간 언저리에서 봐왔던 제 느낌은 결국 다 정치판이라는 겁니다. 모두가 자신들의 이익을 재면서 이리저리 주고받고 쎔쎔하면서 공생하며 지내겠죠. 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언론시민단체가 빨리 다시 재정비를 해서 역할을 다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