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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2007. 8. 13. 13:11

2달여 블로깅을 하면서 새삼 느껴지는 게 있다.
'나는 왜 블로그를 하고 있을까? 아니 무엇을 위해서 블로그를 하고 있는 걸까?'

8~9년전, 한창 개인 홈페이지 관리에 신경쓰고 이것저것 잡다한 글을 많이 쓸때 한 선배로부터 들은 얘기가 기억난다. "자기를 너무 노출시키는 거 아니냐?"는 것이다.

지금은 보편화되었지만 8~9년전만 해도 개인 미디어가 보편화되지 않았다. 내 생각의 주장과 의견들이 그대로 검색엔진(;그때는 야후가 캡빵이었다)을 통해서 남들에게 전해지게 되는 데 어느 정도 용기가 필요했다.

그때 내가 했던 대답이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더 배우기 위해서라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대답은 지금 BLOG를 하는 데도 적용된다.

남들이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걱정보다 조그마하더라도 그런 시선이 존재한다는 것은 자기에 대한 검열이 되고 대외적인 검증이 된다. 무엇보다 자신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채찍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BLOG를 위한 BLOG가 될수 있다. 창작의 고통이 그리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싸이월드가 성공한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펌질, '스크랩'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들, 지인들의 미니홈피를 쉽게 이어놓는 것이 친구 기능도 있지만 창작에 익숙치 않거나 지친 사람들에게 '스크랩'의 마력은 매우 강력하다.

나도 오마이뉴스 초기에 고정칼럼도 잠시 만들어본 적도 있고 회사에서도 칼럼을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관리해본 적도 있지만 직업이 아닌 이상 고정적으로 창작물을 내놓는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대개 10에 7~8은 2~3개월이면 자산이 바닥난다.

그럴때 유용한게 모방의 원리인데, 기본 원리상으로 싸이의 스크랩, 펌질을 하기 힘든 것은 blog가 대중적으로 엄청난 파급을 가지게 만드는데 일정 정도 한계로 작용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트랙백이라는 게 있지만 공유의 개념이 적용되어 더 진보된 형태일지는 몰라도 펌질의 안락함을 대신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고 보니 싸이의 스크랩은 스크랩이 아니다. 퍼온글/사진이지. 스크랩의 원래 의미는 조각조각 모아놓는다는 의미지 않는가. 신문 스크랩처럼.

오마이뉴스 초기 때 메이저 언론사 기자들이 결국 자기들 기사 스크랩하는 수준 아니냐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따지자면 저네들도 보도자료와 연합뉴스의 토씨만 바꾸거나 외국 매체들 번역한 정도라고 보여질수도 있지만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의 큰 가치가 있었다.

RSS 피드로 여러 블로그와 매체들의 포스트와 기사를 읽다보면 싸이의 펌질에서 블로그가 원래 단어 의미 그대로의 스크랩으로 발전시키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퍼오기만 하면 되는 안락함에 비교는 안되지만 여기저기의 팩트들이 자신의 의견을 덧붙여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모으다보면 판단이 서고 의견이 생긴다. 팩트를 나열해놓고 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분석해보면 자기 나름대로의 판단이 서게 된다. 그게 주관 형성의 첫걸음일수 있고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