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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998.09.22 문화방송 "PD수첩-언론오보"를 보고나서
미디어 이야기1998. 9. 22. 15:00

문화방송 "PD수첩-언론오보"를 보고나서  


강 정 훈


9월 22일 화요일 저녁 11시 ~ 11시 50분.

문화방송의 PD수첩 "오보, 그 진실을 밝힌다"를 보고...

 

그래도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아직은 힘이 부족하다는 것 또한 느꼈다.

비록 그것이 실패로 끝났다고 하지만 김영삼정권이 벌였던 사회전반의 사정작업속에 유일하게 제외되었던 부분이 언론분야 라는 얘기가 있듯이 이 시대 언론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그 어떤 비판자도 없는 권력으로.. 이 사회의 개혁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전 'KBS 개혁리포트'에 이어서 문화방송의 'PD수첩'이 다시 언론의 문제점을 비판한 것은 그래도 사회가 발전적이고 개혁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제 방송은 최근 발족한 언론개혁시민연대(언개연)가 서울 시청앞 지하철역에서 열었던 '언론 오보 50선'이라는 전시회에서 지적했던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언론이 보여준 대표적 오보 사례를 소개하며 그 진실을 알아보는 것을 그 소재로 삼았다.

첫번째 소재는 북한무장공비에게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며 반항하다가 입이 찢겨져 무참히 사살되었다는 이승복 사건관련. 이 사건에서 이승복군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했다는 것은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나와서 배웠던 일화지만 그것은 조선일보의 작문이었다는 사실. 요즘 조선일보가 월간조선과 신문 사설을 통해 그것이 사실이었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어제 PD수첩은 이승복군이 그 말을 한 것을 확실히 증명할 만한 증거는 없고 논란이 되는 문제이며 그를 보도한 기사내용중 많은 부분이 조선일보의 추측기사이었으며 사실이 아닌 작문이었다고 결론짓는다. 

그 문제를 비롯해 어제 방송에서 서해 훼리호 침몰 사건중 선장 생존설과 관련한 오보, 박홍 총장의 주사파 발언과 관련한 오보, 금강산댐과 관련한 오보, 외환위기를 불러오게된 당시 경제상황의 실상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무보의 오보등의 사례를 제시했다.

일단 다른 매체의 언론비판들이 있어 왔지만 안보상업주의, 안보선정주의와 관련한 대북한 문제와 관련한 오보를 중심으로 했다는 데서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우리 언론은 그것이 사실이건 사실이 아니건 북한과 관련한 문제들은 보수중산층의 독자를 의식해 북한을 대결의 상대로, 북한보다 우리가 우월한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북한과의 대치상황을 상업적으로 그리고 선정적으로 이용해왔다. 그런데 그 점을 지적해준 것은 우리 언론의 가치관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이 보였다.

명백한 오보를 증명하는 것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해서 인지 오보가 가져다 주었던 폐해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좀 모자랐다고 보여진다. 또한 오보와 그에 대한 고의성, 오보시 사과를 하지 않는 자세 등과 관련하여 현 언론매체들 중에도 분명히 그 배경과 그 노력여부에 많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가려내지는 못했고, 더구나 화면에 지면까지 보여줬지만 C신문, H신문,,이라며 신문들의 눈치를 보는 것은 아직도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어제 PD수첩이 방송된 같은 시각. SBS에서는 남침땅굴 의혹이 있는 곳이 있다는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물론 두 프로그램 모두 미리 계획되고 홍보했다.

그러나 어제 아침 대부분의 신문들의 TV프로그램 소개란에는 어떤 한 프로그램(SBS)은 방송된다고 거의 모두 소개된 반면... 다른 한 프로그램(PD수첩)은 거의 소개하지 않았다. 

신문들이 하는 언론조작이 이런 식이다. 그들은 자신들에 대한 비판은 철저하게 외면한다.

사회의 여론을 이끌고 홍보하는 수단인 언론들이 외면하니 국민들에게 그것이 아무리 필요한 것이라 해도 널리 인식될 수 없는 것이다.

분명 이 시대의 이 사회의 개혁에 가장 큰 걸림돌은 언론이다.

상업적이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 고의로 오보를 내고 조작하여 여론을 호도하는 술책은 우리들에게 진리와 정의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언론은 전혀 비판받지 않는 집단이라는 데 있다. 아니 시민단체에서 언론 비판기능을 강화해 나가고 있지만 아직은 그 힘이 모자라기에 언론들은 그 소리를 전혀 듣지도 않는다. 우리의 관심과 힘을 모아야 한다.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