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야기/영화2009. 1. 4. 01:47

2009년 내가 처음 본 영화는 쌍화점. 한번 봐줘야 하는 영화라고는 생각했으나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극장을 향했다. 노출이나 스타 위주로 마케팅을 하는 영화는 너무 큰 기대를 안하는 것이 낫더라. '쌍화점'도 그런 대표적인 영화가 아닌가 싶었다. 또 영화 후기나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큰 기대를 안해서 그런지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내 소감은 생각보다는 볼거리가 제법 있다. 일단 133분이 그리 지루하지 않게 전개된다. 후반부에 약간 늘어지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지루할 정도는 아니다. 역사를 배경으로 동성애 코드가 삽입된 3각 관계의 사랑 얘기, 권력을 둘러싼 암투와 음모와 배신을 담아내고 있다.

물론 여자들에게는 조인성의 외모와 몸매, 남자들에게는 송지효의 노출이 등장하는 몇번의 베드신이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다. 조인성과 주진모의 동성애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베드신은 다른 영화에 비해서 진한 편이었지만 그리 천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조인성, 주진모, 송지효가 감정 연기가 비교적 관객들한테 잘 전달되는 편이다. 연기가 어색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노출이나 베드신의 인상이 강한 여배우가 그런 이미지 때문에 나중에 고생하는 경우가 있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의 정선경, '색즉시공'의 진재영 등이 그런 배우가 아닌가 싶다. 송지효도 색즉시공2 이후의 작품에서도 노출이 주된 마케팅이어서 향후 맡을 배역은 잘 신경써야할 것 같다. 

내가 놀랐던 것은 영화를 보고 와서 집에서 찾아본 역사적 사실이다. 물론 세세한 부분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각색을 한 것이겠지만 영화의 뼈대가 되는 내용들이 역사적 기록과 그리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고려사'에 따르면 고려 31대 공민왕(恭愍王)에 대해서 
"왕은 늦게까지 아들이 없자 후사를 얻기 위하여 자제위(子弟衛) 소속 청년들로 하여금 여러 비빈(妃嬪)들과 사통(私通)시켜 아들을 낳게 하여 후사로 삼기를 원하였는데, 홍륜이 익비(益妃: 공민왕의 셋째부인)와 관계하여 임신하게 되자 왕은 기뼈하며, 이 사실을 아는 자는 모두 죽이겠다고 하자, 이를 두려워한 륜이 환관 최만생(崔萬生)과 모의하여 왕을 시해하였다."고 한다.

고려 충렬왕 때의 가요로 당시의 퇴폐적인 성윤리가 잘 나타나 있는 '쌍화점(雙花店)'과 공민왕의 죽음, 자제위(子弟衛), 홍륜, 익비 등의 역사적 인물을 토대로 영화를 구성한 것이다.

고려 공민왕은 그림과 글씨에 뛰어나 고려의 대표적인 화가로 꼽히기도 하는데 대표작이 '천산대렵도(天山大獵圖)이다. 이 '천산대렵도'를 보면 영화 쌍화점에 나오는 그림과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지난번 '미인도'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역사를 영화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표현력에 대단하다고 생각되면서 예술의 의미가 그냥 당시 대중에게 소비되고 끝나는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것은 '고려사'의 이러한 기록은 조선왕조 사가(史家)들이 조선의 개국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잘못 기록한 것이라는 것 또한 거의 정설이라고 한다.

결국 훗날 권력있는 자들이 자신들을 정당하기 위해 잘못 기록한 것을 훗날 사람들이 역사의 한장으로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역사도 권력있는 자들이 껴맞춘 기록들이 훗날 역사의 진실로 기억될까 두렵다.

공민왕의 천산대렵도(天山大獵圖)

공민왕의 천산대렵도(天山大獵圖)

영화 쌍화점 속 왕의 그림

영화 쌍화점 속 왕의 그림

영화 쌍화점 마지막 장면

영화 쌍화점 마지막 장면



제목 : 쌍화점
장르 : 드라마
제작국가 : 한국
런닝타임 : 133분
개봉일 : 2008.12.30  
감독 : 유하
출연 : 조인성(호위무사, 홍림), 주진모(고려 왕), 송지효(왕후)... 더보기  
등급 : 국내 18세 관람가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