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제주2008. 8. 29. 17:25

제주도를 몇번이나 가보았지만 정작 한라산을 한번도 오르지 못했다. 등산 준비도 하나도 안했고 날씨까지 안도와준다는는 핑계를 내세웠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오름 트래킹을 해보기로 했다. 작은 산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 오름이 제주도에는 368개 정도 있다고 한다. 오름 정상에는 크고 작은 분화구의 흔적도 남아 있다.

어떤 오름이 좋을까 인터넷을 뒤지다가 '다랑쉬오름'이라는 곳을 찾았다. 렌트카에 달려 있는 네비게이션에 '다랑쉬오름'을 찍고 따라가니 바로 입구를 찾아준다.

입간판에 소개되어 있는 '다랑쉬오름' 소개다.
다랑쉬오름(多郞時岳)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산6번지 일대

비자림과 용눈이오름 사이에 우뚝 솟아 잇는 오름이다. 이 일대에서는 남서쪽의 '높은오름'(표고 405미터) 다음으로 높은 오름(표고 382미티)이다. 오름 밑지름이 1,000여 미터에 이르고 전체 둘레가 3,400여 미터나 되는 넓고 높은 오름이다. 오름 위에는 깔때기 모양의 넓고 깊게 팬 굼부리가 있는데, 몹시 가파른 비탈을 이루고 있다.
오름 허리까지는 삼나무, 편백나무, 해송 등이 조림되어 있고 꼭대기에는 억새, 질굿대, 가시쑥부쟁이 등이 자라고 있다. 오름 주변에는 다랑쉬마을(月郞洞)이 있었으나 4.3사건때 없어졌고 4.3사건때 희생자인 유골 11구가 발견된 다랑쉬굴이 있다.
오늘날 지도에는 불완전한 한자 차용 표기인 월랑봉(月郞峰)으로 표기하고 있다. 굼부리가 달처럼 둥굴게 보인다는 데서 ㄷ.랑쉬오름이라 했다는 말은 민간어원설로 믿을 수 없다. 한자 차용 표기가 아닌 순우리말 다랑쉬오름 또는 또는 ㄷ.랑쉬오름이 원래 이름이다.

다랑쉬오름을 오르는 길은 생각만큼 녹록치는 않았다. 평소에 워낙 운동을 안한 내 체력 문제가 컸지만 30~40분 오른 후의 내 몸은 온통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였다.

오르는 길은 미끌어지지 않고 사람들이 오르기 쉽게 잘 정돈되어 있었고 가끔씩 뒤로 보이는 풍경이 정말 그만이다. 저기 보이는 오름이 '용눈이오름'이다.

다랑쉬오름 바로 옆에는 다랑쉬오름의 새끼 오름에 해당한다는 '아끈다랑쉬오름'이 있다. 사진의 바로 앞쪽에 보이는 오름이다. '아끈'이 '작은'이라는 뜻이란다.


수많은 오름 중에서 내가 다랑쉬오름을 찾은 이유는 어느 정도는 등산하는 기분을 내고 싶었고, 정상에 올라서 보이는 전망이 정말 일품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동남쪽에 위치해서 멀리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정말 장관이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였지만 제주도의 하늘은 알록달록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한다.

오름 정상에 오르면 그냥 끝이 아니다. 다랑쉬오름에는 제법 크고 깊은 분화구가 있다. 분화구 아래로 내려가지는 못하지만 주위를 한바퀴 둘러 걸으며 오름 사방의 전망을 감상하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제일 꼭대기에는 파란색 대피소도 있다.

정상에 올라 남서쪽을 보면 X자 표시가 되어 있는 오름이 보이는데 '손지오름'이라고 한다. 한라산과 비슷하여 한라산의 손자라는 뜻에서 붙여졌다고도 하고, 주변에 있는 '따라비오름'(땅+할아버지)의 손자라는 뜻이고도 한다.
Posted by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