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2004. 8. 20. 20:41

10년 후 나의 모습은 어떨까? 

10시간, 열흘후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인데 10년후를 생각하는게 아득히 느끼지기도 한다. 작년 가을 회사 워크샵에서 나왔던 얘기들이 기억난다.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각자 10년후 자기 모습을 꿈꿔봤는데 로또복권에 당첨되서 동남아의 한적한 섬에 궁궐 같은 집을 지어놓고 띵가띵가 하면서 살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사업구상을 미리 누출 시킬 수 없다며 끝까지 침묵을 지켰던 사람도 있었다. 그 자리에서 10년후 KBSi 사장도 몇 명 나왔었던 것 같다.

그 날은 10년후 나 개인을 그려봤지만 오늘은 인터넷 회사에 다니고 있는 사회인으로써 10년후 미디어 환경이나 회사의 비전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우리나라에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시작한 게 불과 10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전화 코드 빼고 모뎀 연결해서 PC통신 쓰다가 전화 못쓴다고 어머님께 혼나던 기억이 불과 몇 년전이다. 골목마다 있던 PC방도 이젠 드문드문… 인터넷은 집이나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생활화되어 있다.

그리고 이제는 ubiquitous와 convergence를 얘기한다. 신문, TV, 라디오, 인터넷…의 개념으로는 설명되지도 않는 매체와 개념들이 계속 생겨난다. 몇년후의 미디어 환경을 상상하기가 힘들 정도다. 50년후 미국을 상상했다는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에서 보여주는 디지털 세상이 당장 10년후에 오지 말라는 법도 없을 기세다. 영화까지 안가더라도 오늘 KBSi라는 인터넷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직원으로써 10년후가 잘 상상이 않는 건 나뿐일까.

그러고 보면 KBS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10년이고, 닷컴버블과 함께 크레지오닷컴(現 KBSi)이라는 회사가 탄생한지 이제 4년반이다. KBSi에서 KBS 홈페이지 운영을 맡은지 2년반이다.

그동안 자긍심이나 보람을 느낀다는 사람보다 아직 자리잡지 못한 회사의 체계를 탓하고, 기대에 못미치는 처우에 대한 불만과 영원한 '을'로써의 한계를 토로하는 분위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의 KBSi는 어떤가. 아직 모자람이 많지만 불과 2∼3년전보다 엄청 성장한게 사실이다. 외형적인 실적은 차치하고서라도 휴가 규정은 커녕 많은 사우들이 월차라는 게 있는 지도 몰랐던 게 불과 2년 전이다. 직원들끼리 모여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도 '적자 회사에서 뭘 바라냐'는 한마디 푸념으로 모든 게 정리되던 것이 몇 개월전이다. 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사원협의회'라는 것을 만들 수 있을지 생각했던 사우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2004년 8월. KBSi는 수개월 연속 흑자를 달성하고 있고, 처우도 동종업계 수준에 가깝게 현실화 되었다. 이제 남 부끄럽지 않을만큼 회사 다운 회사가 되고 있다. 부족함이 많아서 탓하는 데서 한단계 올라서서 보다 나은 처우와 직장문화를 가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작년말이후 KBS본사에서 들려왔던 KBSi에 대한 왜곡된 목소리들이 안타깝고 섭섭했던 점도 이 대목이었다. 어찌되었건 KBSi는 한걸음 한걸음씩 진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이제 다시 10년후를 생각해본다. 10년후 미디어 환경은 어떻게 변할 것이고, KBSi는 어떻게 나아갈 것이며, 나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의 미디어 환경, 지금의 KBSi, 지금은 나에 대한 분석과 반성, 역량 강화와 발전에 게으르지 않기를 다짐해본다.

한걸음 한걸음씩!

(위 글은 KBS인터넷(주) 사보 창간호(2004년 8월)에 기고한 글입니다. 사보에는 지면상 일부 편집되어 반영되었습니다)
Posted by 정훈온달